한보철강 당진열연공장의 준공은 국내철강산업의 구조개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지역적으로는 아산만을 축으로 하는 서해안 산업시대의 개막을 상징하는
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당진 열연공장이 포철이라는 거대기업에 맞서 어느정도의 경쟁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동안 포철이 독점해온 국내 핫코일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과
신기술인 박슬라브 방식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점은 분명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한국철강산업의 역사에 한획을 그을 수있는 일이다''(엄관종철강협회상무)

한보철강 당진공장의 준공이 몰고올 철강산업 구조개편의 핵심은 제한경쟁
에서 실질경쟁으로의 전환.

국내 철강산업은 지금까지 일관제철 전기로 냉연전문업체등으로 확연히
구분돼 있었다.

일관제철인 포철은 고로쇳물을 이용한 핫코일 냉연코일등 판재류생산에
전념하고 대신 인천제철 동국제강 한보철강등 전기로업체들은 철근 형강등
봉강류의 범주를 뛰어넘지않는 식이었다.

일종의 영토분할지배 체제였다.

그러나 한보철강의 당진열연공장 준공으로 이같은 영토분할지배는 더이상
유지할 수없게 됐다.

게다가 강관전문업체인 현대강관이 울산에 냉연강판공장을 짓고있고
동국제강 동부제강등도 코렉스나 미디엄슬라브 방식의 핫코일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포철과 같은 일관제철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제한경쟁체제의 붕괴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한보철강의 경우에서 보듯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변화는 신기술의 개발을
바탕으로 한다.

그간의 영토분할지배는 유치단계에서의 과당경쟁을 피하자는 철강업체들의
공감대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투자비 때문이었다.

종전의 기술로는 포철처럼 고로를 놓지않는한 판재류 생산이 불가능했다.

고로를 건설하는데는 수조원의 투자비가 든다.

민간기업으로서는 엄두를 내기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박슬라브공법과 코렉스법이 상용화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6천억~7천억원만 들여도 핫코일을 생산하는게 가능해졌다.

한보철강의 경우 1단계공사에 모두 1조5천억원을 투입했지만 박슬라브에
들어간 돈은 6천억원 뿐이라고 밝혔다.

포철의 광양 5고로 건설비(1조2천억원)와 비교할때 절반밖에 되지않는다.

한보철강 당진열연공장의 본격가동을 계기로 영토분할지배 체제가 급속히
무너질 것으로 모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보철강 당진공장의 준공은 또 아산만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이기도
하다.

당장 동부제강과 연합철강이 한보 인근에 연산 1백30만t규모의 냉연공장을
짓고있다.

인천제철과 동국제강도 아산만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아산만은 포항 광양
에 이은 제3의 철강단지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홍태선한보철강사장은 "아산만이 철강단지화하면 곧바로 제조업체가 밀려
올 것이기때문에 당진공장의 준공은 서해안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슬라브의 원자재인 고철값의 급등이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보철강이 포철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없을 것이란 분석도 그래서
나온 얘기며 인천제철등 다른철강업체들이 신기술에 미련을 갖지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뉴코사에 의해 상용화됐다고는 하나 고철을 원료로 쓰는 전기로-
박슬라브공법의 핫코일은 기존 제품에 비해 품질도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보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그런 점에서 한보의 문제해결 능력은 철강산업의 구조개편속도가 좌우할
수 있는 변수이기도하다.

< 이희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