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읍 대술면 국도변에 위치한 우성셰프라인 예산공장.

산뜻한 겉모습만 봐서는 무얼 만드는 곳인지 짐작하기 힘들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2층건물 높이의 프레스기나 성형기등이 양 옆으로 빽빽이 서 있다.

마치 철강공장이나 대형 기계공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공장 한켠에 성형이 끝난 반제품이 산처럼 쌓여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이 공장에서 주방용품이 생산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예산공장이 세워진 것은 지난 91년.

자동화설비에만 2백억원의 자금이 투자됐다.

당시 양식기업계의 추세는 "자동화보다는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것이었다.

주방용품은 기본적으로 자동화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따라서 예산공장 건설은 동종업계 내에서조차 무모한 투자로 평가됐다.

그러나 정확히 4년후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90년대 초까지 양식기 수출의 주역이었던 남일금속 경동산업 한일스텐레스
등은 현재 모두 부도를 내고 공중분해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후발업체였던 우성은 현재 독일의 휘슬러 WMF및 이태리의 라고스티나
와 함께 세계 양식기메이커의 "빅 4"로 우뚝 서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노동집약적 산업을 장치산업화한 것이다"(김명석 우성셰프라인사장).

양식기 제조상의 핵심인 압착공정을 예로 들어보자.

이공정은 그릇 밑바닥에 열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판을 붙이는
작업이다.

기존 공장은 사람이 일일이 그릇 밑바닥에 접착제를 칠해 붙인다.

예산공장에선 알루미늄판을 6백50도로 순간가열해 고압을 가하는 방식을
쓴다.

압착기를 관리하는 인원은 투입구와 배출구에 각 한명씩 2명.

알루미늄판은 13초당 한개씩 압착돼 나온다.

기존방식으론 능숙한 기능공 30명이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다.

생산성에서 차이가 날수 밖에 없다.

기계가 만드는 만큼 품질은 균일화되고 생산원가는 오히려 낮아진다.

"수출단가가 현재의 절반으로 떨어져도 채산을 맞출수 있다"(안병규
생산관리부장)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연간 3백60억원어치가 생산되는 예산공장의 현장근로자는 1백50명 남짓.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7.5%로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나간 양식기
공장(평균27%)보다 낮다.

내년말까지 현재의 자동화율(75%)을 85%로 높이면 인건비 비중은 11%로
낮아진다.

이쯤되면 사람이 아닌 기계가 주방용품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올 법하다.

자동화설비 없이 기존 라인에서 현재의 생산규모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인원이 필요할까.

놀랍게도 "1천5백여명"(박성수 생산담당이사)이다.

그러나 실제론 가능하지 않다.

사람을 구할 수 없을 뿐더러 불량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방기기 생산라인은 묘하다. 사람이 없을수록 불량이 줄어든다"
(심재수 생산관리차장).

양식기공장의 불량률 마지노선은 통상 5%다.

이를 넘어서면 공장운영이 어렵다.

예산공장의 일평균 생산제품 1만개중 폐기되는 불량품은 20여개, 0.2%의
불량률이다.

생산라인을 가능한한 자동화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도록 한 결과다.

97년까지의 예산공장 불량률목표는 전자업체 수준인 100ppm.

생산라인의 "완전무인화"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목표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장치산업화"해 국내 양식기 공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예산공장.

이공장은 지금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