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수로회담에 이어 북경쌀회담이 타결됨에 따라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당국자는 "이번 쌀회담에 우리측 대표를 남북경제교류위원회 위원장
을 보낸 것은 경협확대로 연결시키기 위한 의도였다"며 "회담타결고 일단
양국간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남북경협추진방안에 관한 기본골자는 지난 92년 9월15일 채택된 남북경제
교류 협력에 관한 부속합의서에 이미 마련돼있다.

남북은 교역 및 투자활성화를 위해 부속합의서에서 합의한 대로 청산결제
계정을 설치하고 외국환은행간 환거래계약을 체결하며 상사 분쟁절차도
마련키로 했었다.

또 물자수송을 위해 인천 포항 부산항과 북측의 남포 원산 청진항간의
해로를 우선 개설하고 선박의 입출항절차도 간소화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았다.

통신망과 관련, 판문점에 우편물교환소를 설치하여 정기적인 우편물교환을
실시하고 남북한간 기존시설을 활용, 전신 전화 팩스 등 기본적인 통신수단
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게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협활성화방안은 남북경제교류협력 공동위원회를 열어
얼굴을 맞대야만 실현될 수 있는 사안이다.

장치는 돼있으나 ''대화''가 끊겨있는 상태라는 얘기다.

남북경제교류협력공동위는 92년 5월 남북고위급회담을 거쳐 발효된 후 그해
12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무산돼 현재 이름만 남아있다.

이에따라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공동위를 열어 양측이
본격적인 논의를 하는게 급선무다.

이는 전적으로 북한측태도에 달려 있다는게 정부와 경제계의 시각이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 본격적인 경협확대를 위해 조만간 남북경제교류
협력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경제협력위개최에 앞서 이미 대우의 남포공단 3개공장건설을 협력
사업으로 승인, 소규모의 협력은 진행시킬 예정이다.

남북경협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더라도 소규모의
사법사업은 추진한다는 전략에서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경협을 뒷맏침할만한 대북투자지침
을 조속히 마련, 빠르면 이번주안에 발표한 예정이다.

정부가 구상중인 투자지침은 기업들의 대북거래를 원칙적으로 내국인간의
거래로 인정, 국내은행에 신고만 하면 가능토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당 투자
금액이 1천만달러를 넘을때만 허가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알다.

대북거래에는 사실상 외국환관리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통일원의 승인만
받으면 가능토록 함으로쏘 경협에 지장을 줄만한 걸림돌을 치운다는 구상
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남북협력기금을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남북협력기금은 1천6백50억원이 조성돼 있고 연말까지 정부가 5백50억원을
추가로 출연 2천2백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이후에도 계속 대폭 증액할 방침이다.

정부는 북경쌀회담이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에 착수했으나 기대가 현실로 나타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북한이 한국쌀을 제공받기로 합의한 것은 일본쌀을 지원받기위한 전술의
하나라고 해석하는 측도 있다.

쌀회담을 지렛대로 한 남북경협기대는 우리측의 희망으로 그칠 공산도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이 쌀을 긴급 수혈받아야 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악화돼 한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경수로타결로 한국과의 인적교류가
불가피하다는 주변여건의 변화 등을 감안할때 남북경협을 기대해볼만한
낙관론이 많은게 사실이다.

특히 남북중소기업인이 23일 중국 심수에서 임가공교역을 위한 상담을
벌일 예정이어서 구체적인 사업이 하나씩 진행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쌀회담이 남북경협에 어떤 식으로 파급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이지만 경수로
타결에 이은 또하나의 대화에서 결실을 거뒀다는 점에서 일단 청신고로 받아
들일 수 있다.

이에따라 제도적 장치마련과 함께 민간기업간의 지나친 경쟁을 막고 단계
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