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령보옥이라면 영기가 통한 보석돌이라는 뜻인데 정말 영기가 통한
돌인가요?"

보채가 전서체를 겨우 읽어내며 물었다.

"몰라. 어른들이 그러는데 난 실감이 나지 않아. 보통 돌하고 별 차이를
못 느낀단 말이야"

"어른들은 뭐라 그러시는데요?"

"글쎄 워낙 거짓말같은 이야기라서."

보옥이 머뭇거리며 이야기를 해주려 하지 않았다.

"저한테도 이야기해주세요. 대옥 아씨에게는 다 이야기해 주었을 거
아니에요?"

보채는 말을 뱉어놓고는 자기가 혹시 대옥을 시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흠칫했으나 그럴리 없다고 머리를 저었다.

"멀고 먼 옛날 아득한 태고적에 여와라는 여자황제가 있었지.

그런데 공공이라는 작자가 황제가 되려고 난리를 부리다가 부주산을
떠받는 바람에 하늘을 받치고 있던 기둥들이 부러지고 땅을 동여맸던
밧줄이 끊어졌지.

그러자 여와가 급히 돌을 깎아 하늘을 떠받쳤지.

대황산 무계애라는 곳에 높이 일백이십척, 둘레 이백사십척이나 되는
큰 돌 삼만육천오백한개를 깎아 기둥으로 세우려고 하였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삼만육천오백개만 사용하고 나머지 한개는 청경봉 아래에
버려두게 되었지.

그 한개의 돌은 자기 혼자만 왜 버림을 받았나 하며 낙담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

그런데 이미 여와의 손길이 닿아 영기가 통하게 된 그 한개의 돌은
마음대로 걸어다니기도 하고 큰 바위나 작은 옥으로 변하기도 하였지.

하루는 그 돌이 옥으로 변하여 신세한탄을 하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스님과 도사가 다가와서 이 옥돌이 아무래도 영물같다면서 통령보옥
이라는 글자와 여기 이런 글자들을 새겨놓은 거지"

보옥이 옥구슬 앞면과 뒷면을 가리키며 잠시 말을 쉬었다.

"그럼 그 대황산 청경봉 아래의 돌이 바로 이 옥구슬이란 말이에요?"

보채가 감격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들 한다니까.

근데 그 돌이 어떻게 해서 하필 어머니 뱃속에 있는 내 입에 물리게
되었는지 귀신 곡할 노릇이란 말이야"

"도가 통한 스님과 도사는 선계에 있는 것들을 속세로 내려보낼 수도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잖아요"

"선계에 있는 선녀가 속세로 내려와 인간으로 살았다는 이야기들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돌멩이가 속세로 내려와 태아의 입속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에도 없는 이야기일 거야"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