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해군의 기함 빅토리아호가 1893년 6월23일 오후3시34분 지중해연안을
항행하던중 충돌사고로 침몰해 함장 조지 트라이언 제독을 비롯한 많은
희생자를 냈다.

그 무렵 제독의 부인은 런던의 자기 저택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다.

손님들은 시계가 3시반을 가리키고 있을때 제독이 파티장안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손님들이 제독의 부인에게 "주인께서 마침 댁에 계셔서 다행이군요"라고
인사를 하자 그의 모습을 보지못한 부인은 "남편은 지금 배를 타고 있는
중인데요"라고 대답했다.

제독은 그 뒤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은채로
남아 있다.

다만 영혼이 육체를 떠나기 직전에 잠시 자기의 환영을 가족과 이웃들에게
드러내 보여주었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전해질 뿐이다.

인류는 수천년동안 육체가 죽은 뒤에도 영혼이 살아 있다는 믿음을
지녀왔다.

영혼불멸을 주장하는 종교나 철학의 세계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영혼은 불사조의 존재처럼 그 실체를 증명할수 없는 것이었다.

현대의 과학으로도 설명될수 없는 심령계의 이야기들만이 무성히
남겨져 있을 따름이다.

미국 최초의 유령소설을 집필했던 작가 워싱턴 어빙이 그가 죽은
직후인 1859년에 유령이 되어 그의 서재에 나타났었다는 이야기가
1860년대의 뉴욕 신문들에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심령학자였던 올리버 로지경은 1차대전때인
1915년 벨기에전선에서 25세의 나이로 전사한 막내아들과 영매를 통해
교신을 했다는 저서를 내놓아 육체는 죽어도 영혼은 살아 있다는 주장을
했다.

미국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5년 4월14일 암살되기 며칠전에
꿈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보았었다는 기록이나 스위스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칼 융이 꿈속에 현신한 죽은 친구의 인도로 가본 망자의
집 내부가 현실과 똑같았다는 자서전의 내용 또한 영혼불멸을 뒷받침
해주는 사례들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지난해 7월 사망한 김일성주석의 명의를 아직도
외교문서에 사용하고 있어 아시아외교가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심령학계에서나 논란의 대상이 되는 혼령의 존재가 북한을 통치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란다.

주석직이 공석이어서 불가피하다는 강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변칙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