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 재계의 "황제"가 된다" 지난 89년 5공화국의
대표적인 부실기업 한중에 대한 매각입찰을 실시할 당시에 나온 말이다.

정부는 통상산업부 산하의 산업연구원에 민영화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 당초 지난 3월말 그 결과를 발표하려다 이달말로 연기한 상태이다.

한중을 민영화한다는게 정부의 변함없은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89년 민영화를 위한 매각입찰 당시와 현재의 영업수지가
엄청나게 변해있다.

한때 4천7백억원에 달하던 누적적자가 2천억원이상의 흑자로 반전됐다.

이같은 한중의 경영호전상태는 민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는 "한중민영화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재계는 한중의 자산재평가액 2조6천억원(추정)과 향후 수주예정물량
10조억원의 15%인 1조5천억원등 3조원상당의 현금을 동원할 능력을 지닌
기업이 있겠느냐는 점을 지적한다.

만일 89년 매각입찰때처럼 금융기관의 돈을 빌리지 않고 자구노력으로
현금을 동원하라고 한다면 현대나 삼성그룹도 입찰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잘못된 회사를 인수해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지
흑자기업을 엄청난 돈을 주고 인수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반응이다.

또하나는 신경제 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으나 실제
이를 집행하는 정부기관의 준비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도 재계는 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아닌 연구기관의 "용역보고서"에 의존해 초대형
기업 민영화에 성공할수 없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현상황에서 민영화가 성공할수 있는 방안은 딱한가지.특정기업에 경영권을
주고 국민주 형태로 일정지분을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현금동원 능력을 감안해 매각입찰을 실시하는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 또한 특혜시비등의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것으로 보여
정부가 채택하기 어렵다는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중 경영진의 "발전설비 일원화해제와 민영화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거대기업의 민영화 추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