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오르면 우리 수출에는 플러스효과가 생긴다는게 상식이다.

다른 것은 제쳐놓고라도 당장 가격경쟁면에서 종전보다 나은 형편에
서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3국시장에서는 물론이고 일본국내시장
에서도 같은 환경이 조성된다.

이같은 상식은 복잡한 이론과 전문적 계산까지 동원한 많은 연구기관과
경제전문가들의 지지와 더불어 엔화가 몇% 절상되면 수출이 얼마큼
늘 것이라는 식의 성급한 예측을 앞다퉈 내놓게한게 지난 수개월간의
우리현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식이나 예상과 거리가 있다는게 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서 드러나 우리의 엔고대책을 채점해봐야할 필요를 느끼게
만든다.

미국 유럽등 선진국에 나가있는 종합상사등 20여개 현지법인을 통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승용차 선박 철강판 화학제품에서는 일본제품과
비교해서 가격차이가 벌어져 경쟁력이 얼마간 개선됐으나 컬러TV VTR
등의 전자제품과 그랜드피아노등 다른 많은 상품의 경쟁력은 오히려
더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마다 제조공정이나 원가구성에 차이가 있고 품질이나 디자인
납기등 비가격경쟁요인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몇몇상품,그것도 일부
제한된 시장의 조사결과를 갖고 전체적인 실태를 유추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조사결과에서 지적된 내용이나 최근의 무역수지동향등은 그렇게
해도 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첫째 일본은 지난날에 짜 놓은 해외현지생산체제를 통해 엔고부담을
극복하고 있다.

일찍부터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대거 이전한 전자제품에서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상품의 특성상 이전이 어려운 선박 철강
화학제품에서는 그렇지 못한게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의 해외 직접투자도 작년에 총 35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하는등
활발하지만 90년대에 연평균 400억달러를 넘은 일본과는 비교가 안된다.

둘째 엔고부담을 교역상대에게 전가할수 있는 일본상품의 막강한
비가격경쟁력이다.

많은 핵심부품과 자본재를 대일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당장
그들의 단가인상이나 엔화결제요구에 약할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부 고급승용차에 100% 보복관세를 물리기로한 미국의 처사에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버틸수 있는 힘도 결국은 가격뿐이 아닌 복합적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할수 있다.

엔고에 불구하고 일본상품과의 경쟁에서 별 이득을 보기 어렵게 만드는
이런 요인들이 결과적으로 무역수지적자를 지난 4월말현재 작년 한해와
맞먹는 규모(63억달러)로 팽창시키고 대일적자 51억달러를 포함,미국과
유럽연합(EU)등 대선진국 적자를 100억달러이상으로 부풀렸다고 해야한다.

엔고는 우리상품의 국내외 경쟁력을 한단계 높일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되고있다.

그래서 정부당국과 경제계도 한때 대책에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엔고가 다소 주춤해진 탓인지 요즈음은 사뭇 조용해진 느낌이다.

엔고대책을 재점검하고 실천에 박차를 가해야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