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국이 고용통계와 경기선행지수를 발표하기 직전 로이터통신이
세계적인 금융기업 3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년말까지 미국 장기금리
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두 경제지표가 발표된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장기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미국경제가 급화되고 있다고 시인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도 미정부 관리들이나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미국경제의
"소프트랜딩(물가불안 없는 안정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또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침체국면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이 장기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경기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2월1일까지 1년간 일곱차례에 걸쳐 실시된 금리인상 효과가 가시화
되면서 최근 긴축이 다소 지나쳤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 중앙은행격인 연준리(FRB)가 빠르면 7월께
단기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차례의 인하로 부족해 하반기중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일본 도카이은행 뉴욕지점의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맥은 FRB가 연내에
두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1% 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미국 투자은행 살러먼브라더스의 수석연구원인 존 립스키는 앞으로
6-9개월간 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4-4.5%로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둔화와 금리하락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저금리에 힘입어 금년말이나 내년중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때쯤에는 예상치 않았던 지금의 금리하락세가 멎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물론 전문가들 중에는 금년중 FRB가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지금의 경기둔화는
재고조정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가을 이후 미국경기가 살아날 것이므로 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 경제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경기회복을 선언할 때만 해도 일본
경제가 올해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침체되어 있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부진을 타파하려면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 의회는 1차 추경예산안을 마련한데 이어 현재 2차 추경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아 효과는 미지수이다.

지금으로서는 엔고를 누그러뜨리지 않고는 기업의 투자의욕이 살아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미국과 독일이 엔화와 마르크화 강세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식하기 시작한 점을 긍정적인 요소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시장 개방을 둘러싼 미일분쟁이 문제이다.

경기침체국면이 지속되는한 일본에서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최저수준의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금리는 미국의 금리 향방과 독일 분데스방크의 금리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최근 유럽 각국의 장기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 장기금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경기가 살아나거나 유럽 경제가 회복속도가 빨라지기까지는
유럽에서도 금리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분데스방크가 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럽 각국으로 금리인하
바람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에서 물가증가율과 통화증가율이 안정되어 있는데다 마르크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분데스방크로서는 큰 부담없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게
됐다.

국제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지금 각국의 물가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저금리.저물가에 힘입어 세계경제 성장속도가 다시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해봄직하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