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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지역 산업은행들의 모임인 "아시아산업·개발은행협의회(ADIBA)"가
2일 출범했다.

한국 중국 일본등 주요국가의 은행들이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아시아 경제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사무엘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교수가 "21세기의
아시아"라는 주제로 강연했으며 김시형 산업은행총재등 7개은행총재들이
연설했다.

헌팅교수의 강연내용과 김총재,얀 야오 첸 중국국가개발은행장의
연설문을 요약해서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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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헌팅턴 <미 하버드대 교수>

아시아는 지난 30년동안 극적인 경제발전을 지속하였다.

지난 6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이 지역 경제발전은 신흥개발국들을 거쳐
아시아 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아시아지역의 경제규모는 현재 전세계의 40%에 달하고 있으며
21세기에는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되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급격한 경제발전은 아시아 지역내 국가간, 혹은
아시아와 세계 여러 국가간에 형성되어온 힘의 균형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은 서유럽과는 달리 서로 다른 문명의 복합체로서
각각 다른 경제발전 단계와 다양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영토분쟁
군비경쟁 경제불균형등 많은 갈등요인을 가지고 있어 언제 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정한 지역이다.

또 하나의 불안정 요인은 이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주도권을 가져온
강력한 중국의 출현이다.

지난 2,000년동안 이지역에서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여온
중국은 최근 경제력의 증가를 군사력 정치력강화로 전환하여 아시아의
맹주로서 자신의 역할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이와같이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면 주변국들은 외교정책에 있어
성장하는 힘의 균형을 취하든지,연합을 구성하여 대항하든지 하나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다극체제에 의한 힘의 균형유지가 외교정책의 근간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아시아지역에서는 외교관계의 역사적인 흐름이 힘의 균형추구
보다는 강국으로의 예속이었다.

근대 중.일관계를 놓고 볼때 일본이 아시아 패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이지역 국가들도 이러한 중국을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1세기 아시아의 평화는 중국의 주도에 대해 주변국들이
순응함으로써 얻어질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는 대외정책에 있어서 자율권을 포기하고 자국정책에
대한 내정간섭을 감수해야만 얻어질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은 아시아와 서구 국가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시아와 서구 국가간의 힘의 균형은 아시아지역의 경제발전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하였다.

또한 이러한 경제적 비중의 변화와 더불어 아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의 부상은 무역.인권.국방등 여러문제에 있어서 서구와의
마찰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지역에서 서구,특히 미국의 급격한 영향력
감소를 야기하였다.

중국이 동북아시아의 강국으로 등장함에 따라 이러한 갈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사회체제,외교정책 등의 상충요소로 인해
중·미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강대국의 출현을 억제하는 정책을
계속 취해 왔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으며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등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서유럽에서와 같은 힘의 균형을 아시아 지역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의 부상이 갈등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 나아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여부는 중국 내부의
발전에 달려있다.

경제발전은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발전을
촉진하고 민주적인 정책 실시를 유도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한국과 대만에서 나타났다.

개인보다는 전체를 우선하는 중국의 유교문화 전통은 민주화의 걸림돌로
작용하여 왔다.

그러나 남부중국을 중심으로 인민의 소득 수준이 상승하고 경제력
축적으로 중산층 발전이 촉발되었다.

더욱이 중국 인민들이 무역 투자 교육등을 통해 외부세계와 깊게
관련되는등 민주화를 위한 사회적 기본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

민주화의 기본조건은 관료체제내의 개혁세력의 등장이다.

등소평사후 첫번째 권력이양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는 확실치 않다.

중국 남부에서는 정부와 독립적인 사회세력이 발생하여 정치적 발언권을
강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21세기에는 남부 중국에서 홍콩 대만 싱가포르등의 지원을 받는 정치
단체의 출현을 목격할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민주화운동이 남부중국에서 나타난다면 이 운동은 북경내의
개혁주의자와 더불어 민주화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길을 열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의 민주화 전망은 장기적으로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동아시아 평화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중국이 스스로 개방주의 노선을 걸어간다면 아시아의 불안정한
요소는 사라질 것이고 중국과 서구와의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또한 중국은 아시아의 지도국으로서 21세기 세계의 빛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