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2일, 일본 도쿄도의회 세계도시박람회특별위원회 회의장.

질문에 나선 기무라(목촌면.자민)위원이 "도시박람회의 준비상황을 임신에
비유하면 몇달째가 되는가"라고 묻자 도쿄프론티어추진본부장은 "준비에서
개최까지 8년을 예정하고 있었고 앞으로 10개월이 남았으므로 8개월이나
9개월쯤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기무라위원은 "이제 낙태시키료해도 늦은 셈"이라며 아오시마(청도신남)
지사에게 개최를 못박았다.

도의회의원들의 아오시마지사에 대한 공박은 대단했다.

오키다(대목전수.공명)위원은 "국제포럼과 핼로워크가 뭔지 아느냐"고
묻고 그가 "모른다"고 답변하자 "도지사가 그런 것도 모르느냐""그런 것은
상식에 속한다"며 의원들의 야유와 노호로 40분간이나 심의가 중단됐을
정도였다.

도의회의원 127명중 박람회 취소에 찬성하는 의원은 23명뿐이었고 나머지
는 모두 개최를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도쿄도지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아오시마지사는 선거
공약에 "세계도시박람회의 중지"가 들어 있었다.

아오시마지사는 "만들었던 시설을 박람회가 끝난후 철거해야 하는데
그런데 돈을 쓰느니 차라리 중지하는게 났겠다"고 설명했었다.

물론 박람회취소에 따른 뒷처리가 간단치는 않다.

그간 기초공사등을 추진해온 기업과 국내외도시에게 배상할 금액이
약1,000억엔에 달하고 모금했던 기부금 7억5,000억엔과 이미 판매한
입장예매권 270만장(56억엔)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또 박람회에 참여할 계획이었던 해외46개도시에 대한 신용문제도 걸려있다.

그러나 지난31일 아오시마지사는 도시박람회의 중지를 최종 결정했다.

그는 그 이유를 "선거공약을 번복한다는 것은 정치불신을 결정적으로
만듦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아오시마지사의 취소결정에 대해 도의회가 압도적 다수로 개최를 결의했던
사실을 들어 "민의에 배치되는 결정"이라는 비난이 있다.

반면에 그가 최근에 중지를 공약으로 당선되었으므로 그야말로 민의에
충실한 지사라는 평가가 있다.

"세계도시박람회 취소"의 파장은 간단하게 수습될것 같지 않다.

그러나 아오시마지사의 결정이 설혹 행정가로서는 잘못된 판단이었을지라도
정치인으로서는 선거공약을 준수했다는 의미에서 평가될만한 일이라고 생각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