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6.27선거의 공명관철 여부가 몽땅 이 달을 어떻게 선용하느냐에
달렸고,몇주째 감겨온 노동분규가 잘 수습돼 올 노사협약을 잘 마무리짓는
일 또한 이 달의 과제다.
대통령도 선거를 앞둔 담화에서 공명선거를 어느 때보다 강조했지만
진정 이번 6.27 선거는 이 땅이 과연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토양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다.
우리는 지난 47년동안 무수한 선거를 치르면서 3.15선거를 비롯
온갖 부정선거를 다 경험했다.
거기서 비싼 값을 치르고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밑천이 공명선거라는 국민상식이다.
실로 4.19가 바꿔놓은 선거문화는 부정 투개표의 완전 불식이었다.
여건 야건 투개표에 부정이 끼어들어서는 정권이 망한다는 냉엄성을
체험으로 아로새겼다.
따져보면 그 한차례 체험으로 투개표부정을 근절시켰다는 사실은
한국 헌정사 불멸의 자랑이다.
반복되는 여러 사회적 과오 가운데 단 한번의 교훈을 약으로 재발이
근절되는 예는 흔치 않다.
4.19는 그래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그러구러 지난 35년 사이 과연 선거문화에 어떤 발전을 더 쌓아
올렸는가.
우리가 이 물음에 양심적으로 대답한다면 불행하게도 "노"다.
투개표뿐 아니라 전 과정을 포함하여 부정이 추방된 완전한 의미의
공명선거를 우리는 외쳐만 왔지 "이거다" 하고행동으로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다.
공명은 선거구획정,선거일결정,후보공천,입후보등록,득표운동,투개표실시,
승패인정의 전 과정을 통해서 오로지 법규정대로의 진행을 말한다.
각당의 공천은 거의 끝났고 입후보등록 이전이지만 벌써 광역단체장
후보를 필두로 한 득표활동이 대중매체를 앞세워 열기를 더해가며
진행중이다.
부정선거란 무엇보다 권력과 금력이 법 대신에 힘을 쓰는 선거일진대
그동안 불법 지탄과 고발이 전무한건 아니나 아직 권력과 돈에 얽힌
추문은 떠오르지 않아 다행이다.
우리 선거에서 혈연 학연 지연에 매달리는 후진성,일부 사기 협잡성,
인격미달자의 참입 근절까지 기대하기란 이 시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에 돈으로 매수하는 선거,권력이 장난질 치는 선거만은
하늘이 두쪽이 나도 유권자 국민이 모두 나서서 막아야 한다.
주어진 기회는 충분했다.
부정선거 추방의 결의가 충만한 이번 선거에서도 숙원을 이루지
못한다면 민주한국 민주통일의 희망은 없다.
이같이 중요한 시기에 주요 기업의 노동분규가 궤도일탈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함은 매우 유감이다.
어느 당사자라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서 뉘우칠 잘못이 조그만치라도
스스로에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을 시인하고 대화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비록 성에 안차는 점이 있더라도 법과 협약을 지켜 이 6월이 직장과
나라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일부 대형 사업장의 동시다발 쟁의우려는 기우로 끝나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