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총재가 28일 총재직사퇴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경기지사도지사후보
경선파동으로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이총재와 동교동측간 내분은 사태발생
2주일여만에 가까스로 봉합됐다.

이총재가 사퇴의사를 번복한 것은 당을 떠날 경우 동교동측은 물론 자신도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총재는 그간 당내 폭력 근절을 명분으로 이번에는 기필코 동교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서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그의 사퇴가 "선거를 볼모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강화하려는
소아적 행동"이라는 따가운 비난이 일자 이총재는 커다란 부담을 안게됐다.

또한 선거전 적전분열을 자초, 제1야당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비난도
이총재가 결의를 번복하게한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총재의 측근들은 이같은 점을 부각시키며 "일단 당을 살려 선거를 치른후
시기를 보자"며 사퇴를 만류, 이총재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는 후문
이다.

통일산하회의 박일고문은 "어떤 당내 문제도 선거라는 명분을 이길수
없다"고 이총재를 설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의 사실상 백기투항으로 당내에는 커다란 위상변화가 예상된다.

이총재의 당내 위상은 더욱 위축되는데 반해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이사장은 이총재의 사퇴에 대해 "지역당의 한계에 직면하는 일이
있더라도 잡지 않겠다"며 이총재의 효용가치를 포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이사장은 이와함께 지난주말 여수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선거 지지유세를
시작, 선거에 관한한 당개입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이사장이 이총재를 굴복시킴으로써 김이사장의 개입은 더욱 노골화 될
것이라는게 당내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총재에게 있어 이번 사퇴파동은 커다란 정치적 오명으로 따라다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7개월간 3번이나 총재직사퇴의사를 표명한후 이를 번복, "신중치
못한 정치인"이라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이총재 사퇴파동은 민주당의 선거전략에도 부담이 될수 밖에 없다.

이총재는 당무복귀와 함께 당을 선거체제로 완전 개편, 선거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퇴논쟁은 이미 커다란 감표요인이 됐고 민주당의 내분사태는
여당에게 대야공략의 무기를 제공해 주었다.

일부 당관계자들은 "이총재가 지방선거이후 총재직사퇴 카드를 다시 들고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한다.

민주당과 같이할 수 없다고 마음먹은 이총재가 지방선거이후의 정치상황
전개에 따라 당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8월 당권경쟁에서 동교동측의 지원을 기대할수 없게된 이총재로서는
당권경쟁에서 이길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한 탈당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당은 이총재의 사퇴철회로 일단 당내분사태를 봉합할수 있게
됐지만 이총재와 동교동측간 알력은 수면하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