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신세길 <삼성물산 사장>에 듣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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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종합상사 제1호이자 매출액기준으로 한국 최대기업이다.
지난 64년 제1회 "수출의 날"때 국내 유수의 7개 업체가 대통령 식산포장을
받았다.
그중 대기업으로 아직까지 건재해 있는 유일한 회사이자 한국 최초로
단일기업 연간 수출 1백억달러(94년)를 돌파한 회사가 삼성물산이다.
64년 이 회사에 입사해 "상사 1호" 지정을 1년 앞둔 74년 "별"(이사)을
처음 달고 상사지정 20년이 지난 현재 "성년 한국종합상사 1호"를 이끌고
있는 사람, 그가 신세길사장(56)이다.
"최초" "최대"와 유난히도 인연이 많은 그는 "겨울 한복판"에 있다는
한국종합상사에 또 어떤 기록을 안겨 줄 것인가.
"한국의 산업-종합상사 영역파괴 시작됐다"시리즈를 마치고 본사 유화선
산업1부장이 신사장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5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
[[[ 대담 = 유화선 < 산업1부장 > ]]]
-지난 19일 종합상사 20돌을 맞아 감회가 남다르실 줄 압니다. 30년 넘게
삼성물산에 몸담아 온 정통 상사맨으로 "상사 20년"의 발자취를 정리해
주시지요.
<>신사장=한국 종합상사의 역사는 크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난 85년까지를 전반부라고 하면 이때는 수출중심으로 성장한 시기
였지요.
"수출 제일주의" 바로 그거였습니다. 삼성물산의 수출실적이 지난 75년
2억달러에서 76년 3억달러, 77년 5억달러로 쑥쑥 올라간 것이 이를 반증
합니다.
이후 10년간은 내수와 수입기능이 강화된 시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70년대에 거의 1백%에 달하던 국내 종합상사의 총매출중 수출 비중이 지난해
60%로 줄어들고 수입과 내수 비중이 각각 30%와 5%로 늘어난 걸 보면 금새
알수 있지요.
또 특징적인 건 상사들이 취급해 온 수출품목의 변화가 국내산업의 구조
변화와 궤를 같이 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75년 삼성물산의 수출품목은 섬유류가 44%, 중화학제품이 22%를 차지
했으나 이게 최근엔 각각 2%와 96%의 비중으로 뒤바뀌었거든요.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던 시대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종합상사의 황금기
였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최근엔 제조업체들의 "탈상사화 현상"으로 종합상사의 위상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고 봅니다만.
<>신사장=수출로만 따지면 몰라도 꼭 그렇게만 볼게 아닙니다. 방금
말씀드린대로 80년대 후반이후 국내상사들은 수입과 내수기능을 강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원개발 사회간접자본(SOC)투자 금융.정보기능등 신규 사업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고요.
종합상사의 사업영역이 변하고 있는 것을 "쇠락"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선
안됩니다.
-종합상사 초창기엔 임가공등으로 중소 제조업체를 키우던 맛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던데요.
웬만한 제조업체들이라면 자체 해외영업망을 갖춰 놓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신사장=그건 산업구조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 같아요. 섬유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던 시절엔 유망 중소업체들과 종합상사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밀어 준다는 자부심도 있었던게 사실이예요. 상대적으로
요즘은 한번 키워 볼만한 중소기업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수출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많았을 때는 이를 악용하려는 기업들도
많았다지요.
면세 수출용으로 들여온 원자재를 국내시장에 팔아먹고 이를 위장하려고
불을 내거나, 아니면 수출품 대신 돌을 배에 실어내기도 하고.
<>신사장=원론적으로 수입 원자재를 가공한 제품을 내수시장에 내다 파는게
모두 불법은 아니었습니다.
정부도 기술소득분이라 해서 수입 원자재 전용을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해
주었으니까요.
그러나 삼성물산의 경우는 기업 이미지를 중시해 원자재 전용같은 일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종합상사간 수출실적 쌓기 경쟁도 불꽃을 튀겼지요.
<>신사장=당시엔 정부가 수출목표치를 설정해 기업들을 독려하던 시절
이니까 실적경쟁이 치열했던 건 당연한 현상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수출목표를 정해 놓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
했던건 군사문화의 잔재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삼성물산만해도 "2억달러 한마음" "3억달러 새다짐" "5억달러 3연패"등
매년 구호를 바꿔가며 정부의 수출독려에 부응했었으니까요.
-시대가 변하는 만큼 종합상사들도 많은 변신을 해온 것 같습니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특히 환경변화에 따라 조직을 카멜레온처럼 바꾸기도
했는데요.
<>신사장=그렇습니다. 종합상사들은 지난 70년대 중반 사업부제를 도입했고
80년대 들어선 팀제를 활용했지요.
최근 들어선 조직파괴라 할만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삼성
물산이 도입한 소사장 제도등은 기존의 피라미드 조직을 완전히 뒤엎는
혁신이라고 할만 합니다.
이는 과거 영업부문만 독자적으로 운영되던 사업부제와는 달리 각 사업부가
재무 인사관리등 모든 분야에서 아예 소사장 책임하에 완전 독립회사처럼
경영되는 것이지요.
-그런 변화를 하나의 추세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신사장=물론입니다. 산업구조나 경제패턴이 중후장대에서 경박단소로,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어 가는 조류에 따라 필연적
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변화된 환경은 기업에 보다 민첩하고 작은 조직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그에 따라 종합상사들의 전략도 항공기형에서 전투기형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다시 미사일 공격형으로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일본의 상사들도 인사 재무 심사등 전문분야만을 맡는 자회사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본사는 단지 이들 전문 자회사들의 지주회사(Holding
Company)역할만 하게 되는 거지요.
-종합상사들이 그렇게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그래도 제조업체들에
밀리기는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삼성그룹의 경우만 보더라도 물산보다 전자의 해외 거점이 더욱 많지
않습니까.
<>신사장=꼭 그렇게 맞 비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조업체가 아무리
해외 마케팅력을 강화하더라도 상사만의 고유영역은 있게 마련입니다.
최종 소비재가 아닌 중간원료 수입이나 플랜트등은 상사가 주로 맡을 수
밖에 없거든요.
또 3국간 거래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넓힐 여지도 적지 않고요. 단순히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볼륨만 갖고 상사와 제조업체를 단순 비교해서는
곤란합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
지난 64년 제1회 "수출의 날"때 국내 유수의 7개 업체가 대통령 식산포장을
받았다.
그중 대기업으로 아직까지 건재해 있는 유일한 회사이자 한국 최초로
단일기업 연간 수출 1백억달러(94년)를 돌파한 회사가 삼성물산이다.
64년 이 회사에 입사해 "상사 1호" 지정을 1년 앞둔 74년 "별"(이사)을
처음 달고 상사지정 20년이 지난 현재 "성년 한국종합상사 1호"를 이끌고
있는 사람, 그가 신세길사장(56)이다.
"최초" "최대"와 유난히도 인연이 많은 그는 "겨울 한복판"에 있다는
한국종합상사에 또 어떤 기록을 안겨 줄 것인가.
"한국의 산업-종합상사 영역파괴 시작됐다"시리즈를 마치고 본사 유화선
산업1부장이 신사장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5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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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유화선 < 산업1부장 > ]]]
-지난 19일 종합상사 20돌을 맞아 감회가 남다르실 줄 압니다. 30년 넘게
삼성물산에 몸담아 온 정통 상사맨으로 "상사 20년"의 발자취를 정리해
주시지요.
<>신사장=한국 종합상사의 역사는 크게 전반과 후반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난 85년까지를 전반부라고 하면 이때는 수출중심으로 성장한 시기
였지요.
"수출 제일주의" 바로 그거였습니다. 삼성물산의 수출실적이 지난 75년
2억달러에서 76년 3억달러, 77년 5억달러로 쑥쑥 올라간 것이 이를 반증
합니다.
이후 10년간은 내수와 수입기능이 강화된 시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70년대에 거의 1백%에 달하던 국내 종합상사의 총매출중 수출 비중이 지난해
60%로 줄어들고 수입과 내수 비중이 각각 30%와 5%로 늘어난 걸 보면 금새
알수 있지요.
또 특징적인 건 상사들이 취급해 온 수출품목의 변화가 국내산업의 구조
변화와 궤를 같이 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75년 삼성물산의 수출품목은 섬유류가 44%, 중화학제품이 22%를 차지
했으나 이게 최근엔 각각 2%와 96%의 비중으로 뒤바뀌었거든요.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던 시대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종합상사의 황금기
였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최근엔 제조업체들의 "탈상사화 현상"으로 종합상사의 위상이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고 봅니다만.
<>신사장=수출로만 따지면 몰라도 꼭 그렇게만 볼게 아닙니다. 방금
말씀드린대로 80년대 후반이후 국내상사들은 수입과 내수기능을 강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원개발 사회간접자본(SOC)투자 금융.정보기능등 신규 사업에서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고요.
종합상사의 사업영역이 변하고 있는 것을 "쇠락"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선
안됩니다.
-종합상사 초창기엔 임가공등으로 중소 제조업체를 키우던 맛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던데요.
웬만한 제조업체들이라면 자체 해외영업망을 갖춰 놓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신사장=그건 산업구조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 같아요. 섬유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던 시절엔 유망 중소업체들과 종합상사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밀어 준다는 자부심도 있었던게 사실이예요. 상대적으로
요즘은 한번 키워 볼만한 중소기업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수출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많았을 때는 이를 악용하려는 기업들도
많았다지요.
면세 수출용으로 들여온 원자재를 국내시장에 팔아먹고 이를 위장하려고
불을 내거나, 아니면 수출품 대신 돌을 배에 실어내기도 하고.
<>신사장=원론적으로 수입 원자재를 가공한 제품을 내수시장에 내다 파는게
모두 불법은 아니었습니다.
정부도 기술소득분이라 해서 수입 원자재 전용을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해
주었으니까요.
그러나 삼성물산의 경우는 기업 이미지를 중시해 원자재 전용같은 일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종합상사간 수출실적 쌓기 경쟁도 불꽃을 튀겼지요.
<>신사장=당시엔 정부가 수출목표치를 설정해 기업들을 독려하던 시절
이니까 실적경쟁이 치열했던 건 당연한 현상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수출목표를 정해 놓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
했던건 군사문화의 잔재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삼성물산만해도 "2억달러 한마음" "3억달러 새다짐" "5억달러 3연패"등
매년 구호를 바꿔가며 정부의 수출독려에 부응했었으니까요.
-시대가 변하는 만큼 종합상사들도 많은 변신을 해온 것 같습니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특히 환경변화에 따라 조직을 카멜레온처럼 바꾸기도
했는데요.
<>신사장=그렇습니다. 종합상사들은 지난 70년대 중반 사업부제를 도입했고
80년대 들어선 팀제를 활용했지요.
최근 들어선 조직파괴라 할만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삼성
물산이 도입한 소사장 제도등은 기존의 피라미드 조직을 완전히 뒤엎는
혁신이라고 할만 합니다.
이는 과거 영업부문만 독자적으로 운영되던 사업부제와는 달리 각 사업부가
재무 인사관리등 모든 분야에서 아예 소사장 책임하에 완전 독립회사처럼
경영되는 것이지요.
-그런 변화를 하나의 추세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신사장=물론입니다. 산업구조나 경제패턴이 중후장대에서 경박단소로,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어 가는 조류에 따라 필연적
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변화된 환경은 기업에 보다 민첩하고 작은 조직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그에 따라 종합상사들의 전략도 항공기형에서 전투기형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다시 미사일 공격형으로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일본의 상사들도 인사 재무 심사등 전문분야만을 맡는 자회사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본사는 단지 이들 전문 자회사들의 지주회사(Holding
Company)역할만 하게 되는 거지요.
-종합상사들이 그렇게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그래도 제조업체들에
밀리기는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삼성그룹의 경우만 보더라도 물산보다 전자의 해외 거점이 더욱 많지
않습니까.
<>신사장=꼭 그렇게 맞 비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조업체가 아무리
해외 마케팅력을 강화하더라도 상사만의 고유영역은 있게 마련입니다.
최종 소비재가 아닌 중간원료 수입이나 플랜트등은 상사가 주로 맡을 수
밖에 없거든요.
또 3국간 거래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넓힐 여지도 적지 않고요. 단순히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볼륨만 갖고 상사와 제조업체를 단순 비교해서는
곤란합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