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전 지상에 나타났던 괴질로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다.

열병의 일종인 발한병이다.

영국에서 1485년전에 창권했다가 1508년과 1517년에 재발된 뒤 1528년에는
유럽 중북부로 퍼져나갔고 1551년 런던에서 그 자취를 감춘 병이다.

그 바로 다음해인 1552년 영국의 의사였던 죤 케이어스는 "발한이라 불리는
병에 대한 조언"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나오는 발한병의 증상은 역사상 만연되었던 어느 괴질보다도 끔직한
젓이었다.

"환자는 흑사병보다 더 심한 고통과 괴로움을 당했다. 어떤 사람은 창문을
열다가 죽었고 어떤 사람은 집안에서 아들과 함께 놀다가 죽었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발병한지 한시간 이내에,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두시간
이내에 죽었다"

67년간에 걸쳐 영국과 중북부 유럽에서만 발병되었던 이 무서운 괴질은 그
원인이 무엇기고 1551년 이후로 왜 사라졌는가를 알 길이 없게 되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전세계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 왔던 페스트나 천연두
콜레라 수면병등 괴질은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그 정체가 속속들이
밝혀져 완전히 퇴치되었다.

질병사에서도 명암이 교차되는 우주의질서처럼 새로운 어두움이 이어졌다.

근년에는 불치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가 돌연히 찾아 들어 세계를
죽음의 공포에 떨게 했다.

그러나 인류의 끈질긴 과학적 탐구열이 에이즈 정복에 빛을 던져 주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14세기의 페스트, 20세기의 에이즈처럼 21세기의 괴질이
될 지도 모르는 에볼라 바이러스병이 아프리카의 자이레에서 번지고 있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발행뒤 고열 근육통 설사 복통 탈수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몸이 붉은 반점이
돋는가하면 몸의 각 부위에서 출혈을 일으켜 2주내에 환자의 50~90%가 죽는
가공할 질병이다.

지난 1976년 자이레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뒤 이번에
네번째로 나타난 이 병은 에이즈가 그랬었던 것처럼 현재로선 환자의 혈액
이나 체액, 치료과정에서의 같은 주사바늘 사용으로 감염된다는 사실밖에
밝혀진 것이 없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주제로 1987년 영국태생의 의학소설창시자인 로빈 쿡
(1931~94)이 쓴 소설 "바이러스(Outnreah)".

지난 3월 미국에서 상영도기 시작한 영화 "아우트브레이크"등의 주인공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병원체와 중간숙주 항체를 하나하나 규명해 내듯이
가까운 미래에 그 괴질도 정복되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