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초동 서울지법 정문 앞에는 이색적인 공고문이 나붙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4부가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하철공사와 공사 노조간
의 손해배상 사건은 피고인측에서 3천1백44명의 피고보조인 참가신청을 해
불가피하게 16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8차재판을 연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 공고문의 내용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지난해 6월 대규모 지하철 파업직후 공사측이 파업으로 인한 손해액 51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면서 월8천8백만원에 달하는 노조비까지 가압류
해버리자 노조측은 "노사문제를 법원으로까지 이끌고 간 것은 노조와해 음
모"라며 소취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공사측이 "공은 이제 재판부로 넘어갔다"며 요구에 불응하자,노조측
은 "피고보호 참가결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펼치는등 "세력 과시"에 의한 대
대적인 "소취하 운동"에 들어갔다.

피고보조참가는 소송의 피고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재판과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있을 때면 피고측을 보조하기 위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서명운동결과,노조측은6천5백여명의 조합원으로부터 서명을 받아내고 우선
3천1백44명에 대해 "16일의 8차재판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이달초
법원에 신청을 해 놓았다.

이같이 무더기로 참가신청이 들어오자 당황한 재판부는 재판기일을 연기하
는 것으로 일단 시간을 벌어놨다.

그러나 피고보조참가 결정은 신청인들이 재판에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가
하는 자격여부를 다루는 것인 만큼 3천1백여명이 모두 재판에 참가할 가능
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는 실정.이에대해 민사14부의 한 판사는 "만약 이들
이 모두 참가하게 될 경우 장충체육관을 빌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아무튼 이날 법원에 붙은 공고문은 대형 노사분쟁의 폐해는 법원에서도 결
코 원만히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해 주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