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시장매커니즘과 가정...이정전 서울대대학원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지난 20~30년사이에 우리의 가정은 매우 중대한 변화를 겪어왔다고
생각된다.
또한 우리사회도 많이 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각박해진 인심,개인주의,황금만능주의,소비풍조를
개탄함과 동시에 최근 급격히 빈번해진 각종 패륜행위와 흉악범죄의
원인으로 이런 사회의 변화들을 지목하는데 서슴지 않는다.
가정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는 맞물려 있다.
그러니 그런 사회의 변화가 있었다면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가정의
변화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함직하다.
흔히 가정은 소비의 주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정에서 소비활동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소비란 일단 생산된 재화로부터 즐거움 혹은 효용을
얻는 과정이다.
밥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밥을 만들어야 한다.
쌀에 물을 붓고 열과 노동을 가해서 밥을 만드는 일은 라면공장이
각종 재료에 에너지와 노동을 투입해서 라면을 만드는 일과 본질적으로
같은 활동이다.
공장에서 라면 만드는 활동을 생산활동이라고 하듯이 가정에서 밥짓는
활동도 생산활동이다.
가정에서 더러운 옷에 물을 부어서 빨래를 하는 활동은 세탁소에서
기계에 더러운 옷을 넣고 세탁하는 활동과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의
활동,즉 생산활동이다.
이런식으로 생각해보면 집에서의 청소나 마당가꾸기,집손질 등도
모두 생산활동의 범주에 들어간다.
과거의 가정에서는 많은 생산활동이 영위되었다.
그래서 주부를 비롯해서 가족구성원들이 가정에서의 생산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최근 20~30년사이에 가정의 생산활동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시장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외식산업의 큰 성황에서 볼수 있듯이 집에서 음식만드는 일이
줄어들고 그 대신 외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도시에서는 간장과 된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집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심지어 김치를 담가 먹는 집도 점차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웬만한 빨래는 세탁소가 대신 해준다.
웬만한 음식,집안청소,애보기등도 전화 한통이면 간단히 해결된다.
이런 현상들은 시장이 가정에 밀고들어와 가정 본래의 많은 생산활동을
접수했음을 의미한다.
이와같이 생산활동을 빼앗기면서 가정에는 소비활동만이 남게 된다.
이제 가정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소비를 위한 장소로 변모되고 있다.
이같이 가정의 생산활동을 시장에 맡기려면 그만한 돈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체로 보면 그런 돈을 남편 혼자서 대기는 벅차다.
그래서 이제는 주부도 직장전선에 나서지 않을수 없게된다.
옛날의 가정은 남편 혼자서 벌어서 얼마든지 꾸려나갈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남편 혼자벌어서 가정을 꾸려나가기는 점점 더 어렵게
되어가고 았다.
이제 우리의 가정은 모두가 돈벌기에 바쁘고 또한 돈쓰기에 바쁜
그런 가정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면 가정에서의 생산활동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의의는
무엇인가.
가정에서 영위되는 생산활동과 기업에서 수행되는 생산활동 사이에는한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즉 이 두가지 활동 모두 대부분의 경우 여러 사람들의 협동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마치 노사간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야 기업의 생산활동이 원활해지듯이
가정에서도 가족들이 잘 협조해야 가정의 생산활동이 잘 이루어질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활동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기계적 생산활동임에 반해서 가정에서의 생산활동은 가족이나
친족 또는 친지라는 특정 소수에 봉사하기 위한 인간적 생산활동이라는
점에서 이 두가지 생산활동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요컨대 자정의 생산활동은 협동적이 활동이며 봉사적인 활동임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협동정신과 봉사정신 그리고 나아가 사랑은 바로 가정의
이런 생산활동의 과정에서 함양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과거 많은 생산활동이 가정에서 이루어지던 시절,특히 대가족제도아래서는
바로 그 생산활동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가족및 친족 사이의 협조관제를
통해서 끈끈한 인간관계가 유지되었고 봉사정신이 함양되었다.
그러나 이제 시장이 가정으로 밀고 들어가 가정으로부터 생산활동을
앗어가게 되면 옛날에 볼수있었던 협조정신의 봉사정신이 함양될
건더기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가정의 생산활동과는 대조적으로 소비활동은 대부분 별로 협동이 필요없는
개인적 활동이며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활동이다.
자장면을 먹는데 굳이 여러사람이 협동해야 할 필요가 없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가족들이 협동해야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오늘날의 많은 소비활동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거나 피상적으로 만든다.
친척 친지들을 초청해서 텔리비전이나 영화를 같이 즐긴다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우스운 일이다.
그러니 소비활동으로부터 협조정신과 봉사정신 그리고 따뜻한 인간관계가
제대로 함양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가정이 생산활동의 장에서 소비활동의 장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개인주의와 소비풍조가 이미 가정에서 싹트고 자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의 상호간 결속이 급격히 사라지고
이기주의,소비풍조,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게 된 데에는 가정의 이러한
중대한 변모가 큰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가정이 철저하게 소비의 장소로 변모해가는 마당에 가정에서의 소비
절제 그리고 이에대한 가정교육을 통해서 소비풍조와 황금만능주의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보인다.
이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푸념하기
전에 우리의 가정에 건전한 생산활동이 다시 정착되는 묘수를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6일자).
지난 20~30년사이에 우리의 가정은 매우 중대한 변화를 겪어왔다고
생각된다.
또한 우리사회도 많이 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각박해진 인심,개인주의,황금만능주의,소비풍조를
개탄함과 동시에 최근 급격히 빈번해진 각종 패륜행위와 흉악범죄의
원인으로 이런 사회의 변화들을 지목하는데 서슴지 않는다.
가정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는 맞물려 있다.
그러니 그런 사회의 변화가 있었다면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가정의
변화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함직하다.
흔히 가정은 소비의 주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정에서 소비활동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소비란 일단 생산된 재화로부터 즐거움 혹은 효용을
얻는 과정이다.
밥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밥을 만들어야 한다.
쌀에 물을 붓고 열과 노동을 가해서 밥을 만드는 일은 라면공장이
각종 재료에 에너지와 노동을 투입해서 라면을 만드는 일과 본질적으로
같은 활동이다.
공장에서 라면 만드는 활동을 생산활동이라고 하듯이 가정에서 밥짓는
활동도 생산활동이다.
가정에서 더러운 옷에 물을 부어서 빨래를 하는 활동은 세탁소에서
기계에 더러운 옷을 넣고 세탁하는 활동과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의
활동,즉 생산활동이다.
이런식으로 생각해보면 집에서의 청소나 마당가꾸기,집손질 등도
모두 생산활동의 범주에 들어간다.
과거의 가정에서는 많은 생산활동이 영위되었다.
그래서 주부를 비롯해서 가족구성원들이 가정에서의 생산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최근 20~30년사이에 가정의 생산활동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시장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외식산업의 큰 성황에서 볼수 있듯이 집에서 음식만드는 일이
줄어들고 그 대신 외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도시에서는 간장과 된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집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심지어 김치를 담가 먹는 집도 점차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웬만한 빨래는 세탁소가 대신 해준다.
웬만한 음식,집안청소,애보기등도 전화 한통이면 간단히 해결된다.
이런 현상들은 시장이 가정에 밀고들어와 가정 본래의 많은 생산활동을
접수했음을 의미한다.
이와같이 생산활동을 빼앗기면서 가정에는 소비활동만이 남게 된다.
이제 가정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소비를 위한 장소로 변모되고 있다.
이같이 가정의 생산활동을 시장에 맡기려면 그만한 돈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체로 보면 그런 돈을 남편 혼자서 대기는 벅차다.
그래서 이제는 주부도 직장전선에 나서지 않을수 없게된다.
옛날의 가정은 남편 혼자서 벌어서 얼마든지 꾸려나갈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남편 혼자벌어서 가정을 꾸려나가기는 점점 더 어렵게
되어가고 았다.
이제 우리의 가정은 모두가 돈벌기에 바쁘고 또한 돈쓰기에 바쁜
그런 가정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면 가정에서의 생산활동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의의는
무엇인가.
가정에서 영위되는 생산활동과 기업에서 수행되는 생산활동 사이에는한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즉 이 두가지 활동 모두 대부분의 경우 여러 사람들의 협동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마치 노사간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야 기업의 생산활동이 원활해지듯이
가정에서도 가족들이 잘 협조해야 가정의 생산활동이 잘 이루어질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활동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기계적 생산활동임에 반해서 가정에서의 생산활동은 가족이나
친족 또는 친지라는 특정 소수에 봉사하기 위한 인간적 생산활동이라는
점에서 이 두가지 생산활동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요컨대 자정의 생산활동은 협동적이 활동이며 봉사적인 활동임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협동정신과 봉사정신 그리고 나아가 사랑은 바로 가정의
이런 생산활동의 과정에서 함양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과거 많은 생산활동이 가정에서 이루어지던 시절,특히 대가족제도아래서는
바로 그 생산활동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가족및 친족 사이의 협조관제를
통해서 끈끈한 인간관계가 유지되었고 봉사정신이 함양되었다.
그러나 이제 시장이 가정으로 밀고 들어가 가정으로부터 생산활동을
앗어가게 되면 옛날에 볼수있었던 협조정신의 봉사정신이 함양될
건더기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가정의 생산활동과는 대조적으로 소비활동은 대부분 별로 협동이 필요없는
개인적 활동이며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활동이다.
자장면을 먹는데 굳이 여러사람이 협동해야 할 필요가 없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가족들이 협동해야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오늘날의 많은 소비활동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거나 피상적으로 만든다.
친척 친지들을 초청해서 텔리비전이나 영화를 같이 즐긴다는 것은
매우 번거롭고 우스운 일이다.
그러니 소비활동으로부터 협조정신과 봉사정신 그리고 따뜻한 인간관계가
제대로 함양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가정이 생산활동의 장에서 소비활동의 장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개인주의와 소비풍조가 이미 가정에서 싹트고 자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의 상호간 결속이 급격히 사라지고
이기주의,소비풍조,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게 된 데에는 가정의 이러한
중대한 변모가 큰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가정이 철저하게 소비의 장소로 변모해가는 마당에 가정에서의 소비
절제 그리고 이에대한 가정교육을 통해서 소비풍조와 황금만능주의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보인다.
이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를 푸념하기
전에 우리의 가정에 건전한 생산활동이 다시 정착되는 묘수를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