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의 침체요인으로 취약한 매수기반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투신권이 매도우위를 보이기도 하고 은행권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고객예탁금 수위도 답답하리만치 횡보양상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외국인전용 수익증권(외수펀드)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간접투자하는
성격을 갖는 투신상품이다.

수익증권을 외국인들에게 팔아 그 돈으로 펀드를 설정,국내 시장에
투자하므로 매수기반이 된다.

이때문에 올해중 설정예정인 외수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추가설정될 규모는 5억달러.

한국 대한 국민등 중앙 3투신사들에 3억달러,지방투신사에 2억달러가
각각 배정돼 있다.

중앙 3투신의 경우 빠르면 다음달초 1억5천만달러를 설정할 계획이며
나머지는 3.4분기로 잡아 놓고 있다.

지방투신의 경우 7월께 3개사,10월초순 2개사가 분할 판매하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져있다.

93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인가지침에 따르면 외수펀드 신탁기간은
5년이상.2년이상 환매가 금지되며 부득이 환매될때는 수수료를 부과한다.

한 종목에 신탁재산의 10%이상을 투자하지 못하며 한회사 발행주식의
5%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주식에 대한 투자비율은 신탁재산의 80%이상.따라서 올해 최소 3천
2백억원의 매수기반이 생겨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가총액과 하루 거래대금을 감안할 때 규모상으로는 많지 않은 액수다.

그래서 시장의 흐름을 단숨에 바꿔 놓을 만한 재료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렇지만 장세 부양에는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수처가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외수펀드 편입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세를 이끌어
갈 종목들을 부각시킬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 펀드 설정을 앞두고 호재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외수펀드의
종목편입을 앞두고 선취매가 일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외수펀드 설정때 <>엔고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 반도체등 수출관련
대형우량주<>성장성이 기대되는 통신주<>국제경쟁력을 갖춘 종목<>기업
가치나 수익성에 비해 저평가된 우량주들을 편입하겠다는 투신사들의
입장은 참고할만 하다.

설정배경및 총규모 외수펀드는 자본시장 개방 원년인 지난 81년
한국투신의 KIT(한국국제투자신탁)과 대한투신의 KT가 설정됨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지난 5월 채권형까지 포함하면 중앙 3투신의 경우 한국투신이
20개로 7억4천1백만달러,대한투신이 14개에 7억3천4백만달러,국민투신이
11개에 5억5천5백만달러를 각각 설정했다.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고 외환관리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외수펀드의 설정시기와 규모등은 정부의 가이드 라인에 의해 조정돼
왔다.

증시 부양책의 하나로 이용된 경우도 있었고 투신이외의 증권산업
국제화와 보조를 맞춘다는 정책적인 필요성도 설정배경으로 작용했다.

92년부터 수익증권 설정방식은 연간 포괄한도로 변경돼 92년 2억달러,
93년 1억6천만달러가 배정됐다.

지난해에는 4월에야 포괄한도가 배정됐고 규모도 투신사당 1억2천만달러로
축소됐다.

외국인 직접투자한도(종목당 10%)가 거의 소진돼 한도적용을 받지 않는
외수증권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지만 과다한 외화유입,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등의 우려로 무작정 설정해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오는 7월부터 외국인 투자한도가 3%(공공법인 성격인 한전과
포철은 2%)확대되는 것을 비롯,시장이 속속 개방될 예정이어서 외수증권에
대한 수요에 약간의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와관련, 외수증권 설정을 담당하는 투신사 국제업무 관계자들은
담당자들은 7월의 한도확대 이후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도확대후 한도가 곧 없어질 경우 한도소진 종목을 장내에서 살 수 없게
되므로 외국인들간의 장외거래 프리미엄도 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한도적용을 받지 않는 외수펀드에 외국인들이 몰리게 될 것은
뻔하다.

만약 지난해처럼 한도가 곧 소진되지 않는다면 외수증권 판매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게 투신사 국제업무 담당자들의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도 외수증권에 대한 수요가 끊길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우선 직접투자 기반이 국내에 없는 외국기관들은 간접투자수단을
선호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개방이후라도 국내 투신고객들과 마차가지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외수증권에 대한 판촉전을 활발하게 전개한다면 설정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외국인 선호종목은 제한적이어서 한도 소진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매수처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외수펀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설정되면서 새로운 수요기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다만 지난 사례에서 알수 있듯이 정부의 외환관리 방침에따라 외수증권의
설정규모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외수펀드 설정과 관련,무엇보다도 외국인 선호종목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장외거래에서 고프리미엄이 붙은 종목은 빼놓을 수없다.

환매나 수익증권 해지여부도 주목해야 한다.

멕시코 페소화 폭락사태로 신흥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것과
관련,지난해말부터 올해 4월까지 3투신에 1천1백60억원가량이 환매됐다.

환매분이 장내매각을 통해 해지될 경우 고가우량주가 단기적인 충격을
받을 것은 명백하다.

전문가들은 5~20년인 외수펀드 신탁기간이 끝나면 물량요인이 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