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71) 제2부 진사은과 가우촌 (32)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우리가 지금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있나. 남의 집 족보 캐느라 시간
다 보내고 있군.자네가 장안에 새로운 소식이 없나 묻는 바람에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왔군.자 자,날도 저물어가니 술잔을 빨리 비우자구.성문
닫을 시간도 다 되어가잖아"
자홍이 우촌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은근히 재촉을 하였다.
"남의 집 이야기 하다 보면 술이 는다고 하더니 과연 그 말대로 되었군.
자,우리 이 잔만 비우고 일어나세나"
우촌은 머리끝까지 차올라오는 술기운을 느끼며 일어날 채비를 하였다.
자홍이 술값을 치르고 두 사람이 술집을 막 나오려는데, "우촌형
아니시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하며 뒤에서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은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이름이 불리는 운세인가.
우촌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는 장여규라는 옛날 동료였다.
우촌이 파면당해 쫓겨날 때 같이 연루되어 관직을 떠나게 된 친구였다.
"자네야말로 어쩐 일인가?" 우촌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나야 이 고장이 고향 아닌가? 파면된 뒤로 줄곧 여기에 묻혀 살았네"
여규와 우촌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었다.
그리고 우촌은 자홍을 여규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근데 자네,그 소식 들었나?" 여규가 우촌에게 바짝 다가서며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 소식이라니? 어떤 소식?" 우촌이 궁금하여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었다.
"장안에서 내려온 소식 말일세.우리처럼 억울하게 파면된 관리들을
복직시켜준다는 소식 말일세" 그 말을 듣는 순간,우촌의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고향 땅 호주에서 자신의 복직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그동안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한 나날이었던가.
어떤 때는 진사은 선생처럼 신선의 길로 들어서버릴까도 생각하였지만,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번 관직에 몸을 담았던 우촌으로서는 복직의 기회를 내심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언제 그 소식이 내려왔나? 관보로 내려왔나?"
"그렇다네.빨리 연줄 닿는 대로 손을 써서 장안으로 올라가야 한다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4일자).
다 보내고 있군.자네가 장안에 새로운 소식이 없나 묻는 바람에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왔군.자 자,날도 저물어가니 술잔을 빨리 비우자구.성문
닫을 시간도 다 되어가잖아"
자홍이 우촌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은근히 재촉을 하였다.
"남의 집 이야기 하다 보면 술이 는다고 하더니 과연 그 말대로 되었군.
자,우리 이 잔만 비우고 일어나세나"
우촌은 머리끝까지 차올라오는 술기운을 느끼며 일어날 채비를 하였다.
자홍이 술값을 치르고 두 사람이 술집을 막 나오려는데, "우촌형
아니시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하며 뒤에서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은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이름이 불리는 운세인가.
우촌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는 장여규라는 옛날 동료였다.
우촌이 파면당해 쫓겨날 때 같이 연루되어 관직을 떠나게 된 친구였다.
"자네야말로 어쩐 일인가?" 우촌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나야 이 고장이 고향 아닌가? 파면된 뒤로 줄곧 여기에 묻혀 살았네"
여규와 우촌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었다.
그리고 우촌은 자홍을 여규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근데 자네,그 소식 들었나?" 여규가 우촌에게 바짝 다가서며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 소식이라니? 어떤 소식?" 우촌이 궁금하여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었다.
"장안에서 내려온 소식 말일세.우리처럼 억울하게 파면된 관리들을
복직시켜준다는 소식 말일세" 그 말을 듣는 순간,우촌의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고향 땅 호주에서 자신의 복직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그동안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한 나날이었던가.
어떤 때는 진사은 선생처럼 신선의 길로 들어서버릴까도 생각하였지만,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번 관직에 몸을 담았던 우촌으로서는 복직의 기회를 내심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 언제 그 소식이 내려왔나? 관보로 내려왔나?"
"그렇다네.빨리 연줄 닿는 대로 손을 써서 장안으로 올라가야 한다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