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사전을 보면 용병이란 "보수를 받고 복무하는 군인"을 가리킨다.

그러나 근대국가의 군인은 직업군인이나 징병에 의한 군인이나 모두
국가로부터 "보수를 받고 복무"하고 있으므로 용병이란 말은 주로 외인부대
를 가리키게 된다.

외인부대의 편성원칙은 지원에 의한 계약제도이고 지원자에 대해서는 그
전력이나 국적을 묻지 않으므로 범죄자나 외국의 망명자 또는 모험심이 강한
방랑자들이 입대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그래서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게된다.

조셉 스턴버그가 감독하고 게리쿠퍼, 마린 디트리히가 주연한 "모로코"는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명화의 하나이다.

용병의 역사는 길다.

고대 그리스말기의 도시국가에서 고용한 용병, 고대 로마제국말기의
게르만 용병군, 중국 송나라의 용병부대 그리고 중세 말기 이탈리아의
용병등은 역사상 유명하다.

15~17세기에는 서유럽 대다수 국가가 군대의 대부분을 용병에 의해 편성
하였고 30년전쟁(1618~48)을 계기로 용병군이 상비군으로 개편되었었다.

용병제도가 자취를 감추게 된것은 프랑스 혁명시 실시된 징병제도로
시민적 상비군이 생겨나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기가 뛰어나고 계약조건을 성실히 지키는 스위스인 용병은 평가가
높아서 지금도 바티칸 교황청의 위병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 1831년 프랑스의 루이 필립이 식민지 알제리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창설한 "외인부대"는 요즘도 용병의 대명사처럼 알려지고 있다.

반면에 용병은 애국심을 기대할수 없고 자질상의 문제뿐 아니라 계약조건에
따라서는 수시로 소속을 바꾸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핵심적인
부분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또 최신무기나 특수무기로 장비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용병의 존재
가치는 쓰러져가고 있다.

김숙희교육부장관이 얼마전 특강에서 "월남전은 용병으로 참전해 명분이
약했다"고 발언하였고 수강한 한 장교가 "군인 개인이 직접 돈받는 것을
조선으로 참전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함부로 용병이란 표현을 쓸수 있느냐"
고 항의하였다 한다.

월남파병은 국회동의 당시부터 "용병론"이 제기되었었다.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월남파병의 정당성에 관한 논란이
그치지 않았었다.

김장관은 "개인자격으로 얘기한 것이고 용병이 아니라 "파병"이란 표현을
쓴것 같다"고 해명하였다지만 문득 "이하불정관"이란 고사가 생각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