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의 전쟁" 에어콘 빙과 청량음료등 여름상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마케팅실은 요즘 "기상청 분소"로 불린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최근 날씨 예측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수기인 7,8월의 기상을 알아내기 위한 것.계절장사의 성패는 날씨가
결정한다.

그래서 올 여름 기상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바탕으로 여름철 판매계획을
세우는 "웨더 마케팅(Weather Marketing)"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날씨예측
업무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날씨가 제품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빙과류나
청량음료등이다.

대부분 음료업계의 한여름 성수기 판매량은 월 1천만박스 정도다.

반면 평월에는 3백만박스 가량 팔리는 것이 고작이다.

빙과류는 한 여름에 연매출의 70%를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가 하면 카메라용 필름이나 맥주는 비가 오는 날이면 장사를
망치기 마련이다.

장마라도 길어지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래서 날씨는 그 해의 사업전략을 세우는 데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계절상품에 관한 사업계획의 최종 결제권은 사장이 아닌 "날씨"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흐름은 날씨의 장.단기 기상자료를 제공하는 한국기상협회의
가입자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올 4월말 현재 가입업체는 5백개사가 넘어 작년동기(3백여개사)의
배가까이에 달하고 있는다는 것.

삼성전자 대우전자등은 아예 일본 사설 날씨정보공급회사인 웨더 뉴스
(Weather News)사로 부터 매달 2백만원씩 주고 날씨 정보를 얻고 있다.

LG는 지난 5년치의 일별 기후변화를 컴퓨터로 분석해 올해 날씨를
분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기 정보가 아닌 장기정보를 입수해 과학적인 웨더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한국기상협회서남문 기술부장).

최근에 나타난 웨더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는 에어컨 예약판매제다.

지난해 말부터 가전업체들은 소비자들로부터 에어컨을 예약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아무리 많은 웃돈을 제시해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에어콘 파동이 일었었다.

소비자들에게 이번엔 아예 미리 제품을 구입해 작년과 같은 고생을
하지 말라는 것.날씨를 제품판매 전략에 응용한 대표적인 경우다.

웨더마케팅 전략수립의 가장 큰 문제는 날씨 예측이 쉽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온현상으로 정확한 예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올 여름 날씨는 엘니뇨현상으로 작년처럼 무덥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아직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게 마케팅 담당자들의
얘기다.

"작년 폭염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6월 말일까지는 저온 현상이 지속돼 장사를 망치는 줄 알았지요"
(삼성전자 에어콘 마케팅담당 김만영과장).

가장 정확한 날씨는 그때 가서야 알 수있다는 얘기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싸워야 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래서 요즘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월별 에어컨 판매물량을 결정해야 하는 데 날씨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LG전자 공조열기기판매담당 김종대
과장)는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예약판매제 도입도 날씨 변화에 따른 판매저조라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고차원적인 웨더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날씨는 계절상품판매에 가장 중요한 가변 요소가 되고 있다.

"이상기온현상으로 날씨 변화가 심해지면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대우전자 전영환냉장고사업부장)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람들이 체험하지 못한 기상환경이 조성될 경우 이에 대한 저항감이
생겨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뜻이다.

계절상품 판매업체들의 "기상경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