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 자동차시장 개방과 관련된 미.일간 고위급 회담이 결렬되자
마자 강력한 대일제재조치를 취하기 위한 수순을 밟아나가고 일본은 맞보
복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 두나라 사이에는 무역분쟁의 긴장
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가경제회의(NEC)는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대표가 5일 오후 캐나다
밴쿠버에서 닷새간 열렸던 고위급 회담이 결렬됐다고 선언한 이튿날인 6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출할 일시장 강제개방조치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승인,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 시켜줬다.

이 권고안의 내용은 즉각 전해지지 않았으나 상당히 강경하면서도 광범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5일 미키 캔터 대표가 미국의 제재조치 선택범위가 9~10가지 정도는
된다는 밝힌데 이어 뉴욕타임스지가 7일 미행정부가 당초 50억~1백억달러
상당의 보복관세 부과를 계획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비관세 보복조치도 검토
하고 있다고 보도,제재강도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행정부 관리들도 주로 미니밴등 3만달러 이상의 일본산
고급자동차등을 중심으로 10억달러정도에 달하는 보복관세 조치가 취해질
것이지만 이것이 제재조치의 전부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미미시간주)도 5일 클린턴 대통령과
의 전화통화를 통해 대통령이 "지난 25년간 어느 행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
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신을 받았다고 전해 미국의 강력한 보복조치가 임박
했음을 확인했다.

지난 6일의 NEC회의에는 캔터대표외에도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과 론 브라
운 상무장관,로라 타이슨 NEC의장등이 참석했는데 클린턴대통령은 8일 모
스크바로 떠나기 전까지는 이같은 권고안을 받아들일 것이지만 공식적인 발
표는 10일쯤으로 며칠 더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측의 이같은 으름장에 대해 일본측도 정면으로 맞설 태세여서 당분간
두나라 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게 됐다.

밴쿠버회담 대표로 참석했던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일통산상은 미국
이 제재조치를 취하면 일본도 대응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이
취하는 조치여하에 따라 대응강도를 달리할 것"이라고 말해 양보할 뜻이 없
음을 분명히했다.

미국이 이번 주중 대일보복조치를 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그동안 밝힌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모두가 이 문제에 WTO가 개입하게 되면 서로에게 유리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같은 사태진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일자동차시장 개방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WTO의 판정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타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