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달러화의 초약세에 힘입어 미국의 수출기업들이 매출
및 순익급증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으나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달러화약세는 미제품의 수출가격을 상대적으로 인하시켜 기업의 수출이
증가하는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있는데 올 1.4분기중의 해외매출 실적이
바로 생생한 예이다.

반면 달러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해외투자진출을 어렵게 할뿐더러 지난 10여년간 경쟁력강화를 위해 쌓아온
원가절감노력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먼저 외국기업을 인수,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달러화 약세로
인해 기업인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져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오하이오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이턴사는 지난 몇년간
추진해 왔던 해외시장 진출전략을 취소해 버렸다.

이턴사는 전기제어장치와 자동차부품등을 독일에서 생산하기 위해 기존의
독일회사를 인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달러화의 가치가 마르크화에 비해 10%이상 폭락하는 바람에
기업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져 인수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달러화의 약세는 미기업들의 원가절감노력이 한순간에 공염불이 될수도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들은 10년전인 지난85년 달러화가 3.0마르크와 2백50엔을 넘어서는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원가절감, 생산시설 해외이전, 임금상승억제등 체질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수술을 해왔다.

일본및 독일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 였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올들어서는 그때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르크화는 1.4를 밑돌고 엔화는 80대 초반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에 자신감을 가진 나머지 그동안 고수해 왔던
임금인상억제의 고삐를 늦추고 있는데 이것이 대폭적인 원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각 노조들도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오랫동안 양보해 왔던
임금인상을 이제는 강력히 요구할 시기가 되었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이밖에도 달러화의 약세는 해외영업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도
하다.

그 예로는 해외에서의 특허권 등록 비용이 증가하여 일부 기업들은 특허권
등록국가 수를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달러화가 다시 가치를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만교수를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달러구매력을 지난 90년대초의 1백50엔수준으로 평가하고 곧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보커 전연준리(FRB)의장등 경제학자들은 견해가 다르다.

달러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첫째, 외국인들이 1980년대이후 수조달러에 달하는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둘째, 이전에는 미금융시장에만 투자하던 각종 투자기금
보험회사 연금기금등이 최근에는 수십억달러 상당의 해외주식및 채권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미금융시장의 주고객이었던 일본투자가들이 달러표시 금융자산들
을 대거 매각하고 엔화를 매입하고 있으며 넷째는 앞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독일간 금리차이의 축소를 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