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소집 때마다 판에 박은 걱정을 언제까지나 되풀이해야 하는
한국 유권자들은 무척 곤혹스럽다.

판에 박힌 걱정이란 파행(파행)국회,날치기 국회다.

어제 개회해 공전만 하는 174회 임시국회야 말로 두가지가 다 걱정이다.

선거법 개정만 처리한다고 해도 선거구 조정안을 놓고 대립이 없을수
없다.

이해상반 의제에서 여.야일치란 기대할수 조차 없다.

그러나 문제가 더 꼬인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국회소집 협의중 공교롭게
터진 대구 지하철공사 현장의 폭발사고다.

사고가 사고인지라 원인과 책임의 규명,피해보상,재발방지책 수립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아무리 육.해.공.지하의 대형사고로 아무 죄없는 인명의 희생이
한자리수 쯤으론 머릿기사도 못될 형편이 되었어도 문제의 핵심은
역시 인명존중에서 찾아야 한다.

만일 대구사건의 국회상정을 반대하는 정당의 입장이 사건빈발에
영향받은 인명경시 때문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잦은 사고때마다 국회에서 같은 소리 뒤떠든들 무슨 소용 있느냐는
논리라면 정말 희망이 없는 것이다.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는 일 외엔 불능이 없다는 의회의 기능이
국민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면 금기란 없게끔 확대된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태여 오클라호마시 폭발사고에 대한 미 의회의 맹활약이 아니라도
좋다.

한마디로 어떤 정당의 당략도,어떤 다른 이유도 100명을 횡사시킨
공공 공사현장에서의 초대형 사고를 국회가 서둘러 다루는데 반대할
명분은 못된다.

항간에선 대구에서 사건이 터지자 하필이면 서먹서먹해진 지역에서
지방선거를 치를 민자당의 처지에 대한 회자(회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단순논리로는 새 정치를 감당치 못한다.

국민은 이제 감언이설에 현혹될 만큼 순진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정치와의 관계에서 신물이 날 정도의 경험들이 축적돼 있을뿐 아니라
초고속 광역 정보시대가 진전된 이 마당에 관급성 아니라도 정보원은
얼마든지 널려있다.

그점에서 야당도 한가지다.

야당이 무조건 대여비판,대정부 강경투쟁을 벌인다고 해서 그대로를
믿고 놀아날 국민은 이제 없다.

이번 사고에 대한 국민의 시각 역시 여에만 가혹하고 야에는 관대하질
않다.

대동소이하게 본다.

그렇다면 아무리 통합선거법의 개정이 시급한 과제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대구사고 토론을 회피하거나 연기해도 좋다는 양해를
국민에게서 찾기는 힘들다.

여든 야든 공정 근거 조리 대안이 있는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모처럼 경기지사 경선으로 가능성을 보인 민자당부터 태도를 바꿔
사고의 진짜 원인,효험있는 예방책을 정직한 마음으로 모색하기
바란다.

야당도 사건 사고만 터지면 호재라는 사고에서 벗고,정치가 사고빈발
책임을 국민의식에 돌리는 회피적 자세의 극복에 앞장서길 당부한다.

상하좌우 서로 밀다간 인재후 전국 면탈은 영원히 무망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