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현대경제사회연 원장/사회> 박동서 <서울대 명예교수>
전철환 <충남대 교수> 오연천 <서울대 교수>
변도은 <한국경제신문 주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모델은 프랑스 일본과 비슷하다.
그러나 일본만해도 장기간의 분권체제 역사를 갖고있지만 우리는
4,000년 역사상 처음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것을 찾아가야 하리라고 본다.
앞으로 자치단체장은 주민의 요구가 있으면 국회의원에게 압력을
넣어 문제를 해결토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혼자의 힘만으론 어려울 것이기때문에 단체장간에 공동전선을
펴 "집단압력"을 가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국회의원과 단체장간의 역학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혐오시설 기피(님비현상)문제는 "돈"이 개입돼야 해결을 볼수
있을 것이다.
<> 오교수 =지금 언론을 비롯해 국민의 관심은 중앙과 지방간의
역할분담보다는 선거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쏠려있다.
대통령도 백년대계라는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적어도 지방자치특보나 지방자치수석 정도는 둬야하지 않을까 한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에도 역할이 중복된 부분이 많다.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 해결과정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입법조치를 포함한 권한배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재정적 할거주의를 조정할 메커니즘도 필요하다.
중앙정부를 통한 조정도 중요하지만 미국은 ACIR라 불리는 협의회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우리도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중앙정부의 개입을 간섭으로만 볼수는 없다.
흔히 지방의 재정이 빈약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재정자립도가 30,40%
밖에 안돼 "우리 지자제는 3할자치,4할자치"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다단계 역할분담구조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중앙에서 지원받는 재정과 자기재정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지 중앙정부의 교부비율이 중요한 건 결코 아니다.
<> 전교수 =현재의 내무부 법령은 대부분이 일제시대때의 총독부령을
고쳐 만든 것이다.
변하고자 하는 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내무부는 앞으로 지방정부 업무를 지원.조정에 하는 데 집중해야하는데
걱정이다.
이왕이면 내무부라는 명칭도 바꿨으면 좋겠다.
<> 박교수 =지방자치 논의에 있어서 빠지기 쉬운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다름 아닌 행정경험이 많은 사람을 무조건 우대하는 풍토말이다.
물론 행정경험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무조건적으로 중요한
건 아니다.
<> 김원장 =이제 논의를 경제쪽으로 옮겨보자.지방화 시대의 개막과
함께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바로 지역간 불균형 해소책과 지방산업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점일 것이다.
이에 대한 견해를 개진해달라.
<> 변주필 =수도권과 동남권에 대한 개발집중 문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균형개발 차원에서 논의돼 온 것은 주로 수도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경부축을 중심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지역감정을 얘기할때는 서울 대구 부산에 비해 호남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돼있다는 의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경부축을 제외한 다른 축을 개발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 집중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93년 통계만 보더라도 수도권과 동남권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업체수의 경우 84%,종업원은 82%다.
총지역생산(GRP)도 76%,전력사용량은 76%로 압도적 비율을 나타내고있다.
산업정책과제는 지방정부가 구성되면 학계와 연구기관등이 주축이 돼
특화산업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풀어가는 게 좋다.
이 과정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지역개발이 너무 무계획하게 남발돼
오히려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자칫 지자체가 개발권한을 남용할 경우엔 상당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 있다.
또 한가지 경계해야할 사항은 주택이나 공장건설등의 개발행정이
상당히 정치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단체장 임기가 짧아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임기가
4년보장된다는 것 역시 이런 면에서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수
있다.
<> 오교수 =지역간 불균형은 단순히 경제문제만은 아니다.
도.농간 산업간 대.중소기업간의 의사결정 불균형이 빚어내는 사회.정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국내동질성 확보는 남북이질성 해소 못지않은 중요문제로
부각돼 있다.
다만 이번 선거의 단체장후보들이 균형발전에 관한 장미빛 청사진을
과잉 제시하는 것에 대해선 경계를 해야할 것이다.
이제까지 균형발전 문제는 너무 생산적 측면에서 접근한 경향이
있다.
앞으로는 생산과 소비,복지측면에서 균형을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ABC가 골고루 갖춰져야한다.
다시말해 쾌적환경( Amenity )경제( Business ) 문화( Culture )의
3요소가 균형있게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이중 B(경제)에
너무 치중해 온것같다.
지자체는 모든 산업을 유치하려는 올코트프레싱전략을 삼가고 인적자원
기술조건 부존자원등의 특화요소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는 전략을 구사해야
지역의 경제효율을 극대화할수 있다.
<> 박교수 =지역불균형 해소는 중앙정부가 후진지역에 사회간접자본
(SOC)을 얼마나 투자해주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면 자연히 산업도 따라가게 돼있다.
한때 서해안개발을 외쳐댔지만 SOC가 부족하니까 인천부근만 개발될
뿐 아직까지 아산만 부근도 개발이 안되고 있다.
<> 전교수 =지역에 어떤 산업을 유치할 것인지는 기존 사업과의
연관관계를 면밀히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한다.
지자체의 부패를 감시하는 기구는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내에
두고 시민단체등이 보조역할을 담당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균형발전이라는 것이 반드시 산업발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단체장이 공장을 유치하려고 해도 공장유치를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관해 미리 연구해 놓을
필요가 있다.
<> 김원장 =세계화시대의 지방화가 추구해야할 가치체계는 개인적으로
신인본주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신인본주의란 부민 안민 화민 문민의 "4민정책"으로
집약할수 있다.
이처럼 신인본주의를 주장하는 이유는 첫째 물질만능주의로 인간경시
풍토가 만연된 것을 시정해야 하고 둘째 세계공통의 과제인 인간존중이
강조돼야만 자연파괴등 인류공동의 과제를 해결할수 있으며,셋째
앞으로의 지식.정보화사회는 인간주의 없인 이룰수 없기 때문이다.
토론결과를 종합해 보면 크게 두가지 정도의 결론을 도출해 낼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지방의 국제경쟁력없는 국가경쟁력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는 점이다.
과거엔 독재정치를 수용하면서도 국민들은 경제발전을 원했다.
그러나 이젠 정치발전이 우선돼야 경제도 발전할수 있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 두가지 점을 염두에 두고 풀뿌리민주주의 지방자치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수만 있다면 한국은 2차대전 이후 선진국에 진입하는 유일한
나라가 될 수있을 것이다.
< 정리=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