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혜의 등장은 혜성과도 같은 것이었다.

롯데칠성음료 해태음료 두산음료 동아오츠카등 기존 유력음료업체의 범주에
속해있지 않던 비락이 식혜돌풍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부터가 놀랄만했다.

냉장쇼케이스등 음료유통에 필요한 설비가 거의 없었던 비락이 기라성같은
음료업체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수 있었다는 사실자체가 업계에선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의 전통음료가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도 식혜의 공로
였다.

콜라 사이다등 탄산음료와 천연주스음료 스포츠음료등이 장악하고 있던
음료시장에 식혜를 앞세운 전통음료가 틈새를 파고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식혜돌풍은 음료업체들의 잇따른 신규참여를 불러 일으키며 올해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4월까지 식혜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벌써 20개사가 넘는다.

그만큼 성장성이 높다는 반증이다.

롯데칠성음료 해태음료 두산음료 제일제당 일화 한국산가리아등 음료
업체들 뿐만아니라 해태유업 남양유업등 유가공업체, 진로종합식품과 롯데
삼강이 식혜시장에 뛰어들었다.

보은통산 진산식품 고려인삼레저산업등 중소기업들도 앞다투어 나섰다.

심지어 제약회사인 광동제약마저 식혜를 내놓았다.

오는5월쯤에는 식혜사업참여업체수가 30개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들 참여업체는 대부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을 택하고 있다.

식혜의 인기가 높지만 어느순간 사그러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식혜생산을 위한 설비투자에 따른 위험부담도 적지않다는 인식이다.

올해 식혜시장은 1,000억원을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연간음료판매량의 20%에 못미친다는 1.4분기중 식혜판매액은 220여억원.

음료성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부터 판매가 급증, 연간 1,500억원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큰것으로 보인다.

반면 80년대말 보리음료처럼 식혜의 성장세가 일순간에 급락세로 돌아설수
있다는 우려감도 적지않다.

"패션상품을 찾는 성향이 강한 신세대들이 멀지않아 식혜에서 다른 음료로
소비패턴을 바꿀것이기 때문에 1,2년후부터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것"
(두산음료 김홍서마케팅부장)이라는 지적이다.

음료업체들의 식혜전략도 앞으로의 성장성에 대한 견해차에 따라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식혜공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자체생산라인을 갖춰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반면 자사유통망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식혜를 내놓기도
한다.

식혜상품의 성장성보다는 타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식혜사업에 뛰어든
경우도 있다.

올해 식혜시장의 또하나의 이슈는 선발업체인 비락이 올해 어느정도까지
선두자리를 유지할수 있을까 하는것.

비락은 지난해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했으나 올해 1.4분기중에는 35%
(70여억원)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규업체참여로 시장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