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변하고 들이 변했다.

요즘 필드에 나가보라. 하루가 다르게 "푸른 기운"이 솟아 오르고
있다.

페어웨이는 겨울옷을 이미 벗어버린채 녹색의 봄옷으로 한창 단장중이고
그 옆의 꽃과 나무들도 푸르름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색깔로 치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연중 최고의 골프계절이다.

아마 세계적으로 한국의 4월말~5월초보다 더 찬란한 골프날씨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최고의 골프계절"이란 골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감촉만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코스 컨디션도 겨울이나 초봄에 비해 월등히 개선돼 샷 자체를 의도대로
할수 있다는 뜻이다.

몇주전만해도 모래를 흩뿌린 페어웨이와 거의 맨땅같은 그린주변으로
쇼트어프로치를 비롯한 아이언샷을 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기찬 잔디위로 볼이 사뿐히 올라가 있다.

잔디를 스치는 헤드의 감, 그 느낌만 생각해도 골프가 저절로 될 것
같지 않은가.

<>.4월과 5월이 교차되는 이번 주말은 기상청예보 또한 환상적이다.

일요일인 30일의 전국날씨는 공히 "구름조금"으로 맑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수원이 19도이고 춘천 청주 대구 부산등은
21~22도 분포로 최적의 골프기온.

아침 최저는 7~10도 정도지만 해가 뜨면 이내 조끼를 벗어 던져야 할
것이다.

빨간 글씨는 아니지만 근로자의 날인 1일도 실질적 휴일. 그 1일의
전국날씨는 "구름 많고 곳에 따라 비"라는 예보이다.

"곳에 따라 비"는 비 안 오는 곳도 많다는 뜻이니 이왕이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자.

그에 앞서 토요일인 29일은 낮최고기온이 서울 22도 수원, 청주 대전
등이 23도까지 올라 반팔 티셔츠가 적당할 정도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말엔 골프와 날씨의 "잘못된 만남"도 없고 골프가
안된다며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댈 소지도 없다.

그러니 오늘 저녁엔 골프채나 정성들여 닦아 놓고 "산뜻한 골프 패션"
이나 준비해 놓을 일이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