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숨돌릴 여유를 주지 않고 덕산그룹에 이어 도급순위 33위의
중견건설회사인 유원건설마저 부도를 내 건설업계와 금융계를 비롯한
경제계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유원건설은 그 동안 자금난으로 사실상 부도상태에 있었으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자금을 긴급 수혈해 주어 하루하루를 근근히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지난 18일 유원건설측이 은행과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자,은행은 그 다음날 돌아오는
어음들을 부도처리 함으로써 강수로 대응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은행동의 없이는 법정관리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유원건설의 전격적인 법정관리신청과 이에 뒤이은
제일은행측의 부도처리를 사전에 은밀히 충분한 협의를 거쳐,제일은행이
더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유원건설에 자금을 지원치 않고
발을 빼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취해진 충분히 계산된 일의 순서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제일은행측은 이미 며칠전에 이같은 사실을 정부당국에
보고하여 양해를 얻었다는 얘기도 흘러나고고 있다.

18일에는 그렇게 펄쩍 뛰다가 19일에는 돌연히 법정관리에 동의해
주기로 한 사실등이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제일은행이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제3자인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은행측 입장에서는 부감청고소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초 유원건설이 부도직전에 으리자 재경원 실무자들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과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십건의 공사등을 고려해
부도처리는 막아주되 제3자인수를 추진하는 방향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다.

제일은행측 역시 그동안 유원건설의 처리방향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중소하청업체에 피해를 줄수밖에 없고 대외적으로 회사의 공신력을
추락시키는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고 막바로 제3자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실은 유원건설을 온전한 상태에서 가급적 비싼값에 팔아넘겨
그 매각대금으로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제3자인수를 추진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적인 시각은 제일은행측이 그동안 5~6개의 업체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성사단계에 이르자,유원건설의 오너 즉 사주측에서
유원건설을 제3자에게 넘깆 않고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서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유원건설의 오너는 법정관리를 통하여 경영권을 유지할수
있을까.

즉,법정관리는 사주에 대한 특혜인가.

법정관리라는 용어는 원래 "회사정리법"상의 회사정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회사정리제도는 주식회사의 재산상태가 악화되어 파탄에 직면한
경우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주주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하여
그 사업을 유지 갱생하도록 마련된 제도이다.

즉,회사정리절차는 <>그 절차개시 전의 원인에 의하여 생긴 회사에
대한 채권을 정리채권으로 하여 그 채권의 개별적 행사를 금지하고
<>정리채권에 대한 감면이나 기한의 유예,주식 또는 사채의 발생,대주주의
주식에 대한 무상소각등 권리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정리계획을 수립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여 회사로 하여금 경영을 계속하여 수익을 올리면서
유휴자산등을 매각하여 변제자금을 마련하게 함으로써 회사를 갱생시키는
것이다.

자본주의경제체제하에서는 기업간의 자유로운 경쟁이 원칙이므로
기업이 경쟁에서 탈락하면 기업을 해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대의 수직적 수평적 산업구조하에서는 모든 기업이 상호의존관계에
있어 한 기업의 도산은 필연적으로 관련기업의 연쇄도산을 초래하고
금융질서의 혼란이나 대량실업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떠한 주식회사가 파탄에 직면하게 되어 법원에 회사정리절차를
개시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면 법원은 갱생의 가망성이 있는지,회사정리절차
를 밟아 회사로 하여금 사업을 계속하도록 할만큼 공익적 성격을
가진 회사인지에 관하여 엄격하게 심리를 하여 정리절차를 개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회사정리제도는 사주에 대한 특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과거한때에는 경영상의 위기에 처한 기업주가 채무변제의 유예만을
위하여 회사정리절차를 이용함으로써 회사정리제도가 채권자들의
희생아래 기업주만의 이익을 위하여 남용되고 결과적으로 부실기업체의
도피처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바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정리제도는 사주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그 이유는 회사정리절차에서는 사주로부터 경영권을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정리정차가 개시될 경우 회사의 경영및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은
관리인에게 귀속하게 된다.

회사의 관리인 또는 보전관리인이 선임된 경우에는 대표이사나 구사주는
회사의 경영및 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권한이 없게되고 관리인이나
보전관리인은 법원의 철저한 감독아래 회사를 경영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회사정리계획안에서 주주의 주식을 의무적으로 무상소각하고 있는
이는 완벽하게 사주로부터 경영권을 박탈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면 회사정리계획안을 작성하고,이 회사정리계획안이
인가되면 회사에 대한 정리담보권자,정리채권자,주주의 권리가 확정된다.

회사정리법 제221조에 의하면,정리절차개시의 원인이 이사나 이에
준할 자 또는 지배인의 회사재산의 도피.은닉 또는 고의적인 불실경영등
행위에 기인한 경우에는 그 행위에 관여한 주주 및 그 친족 기타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가 가진 주식 3분의2를 소각하는 방법으로
자본을 감소시킬 것을 정리계획안에 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주주는 신주발행시에 신주를 인수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판례는 "회사정리법 221조2항은 특수관계인들의 주식 3분의2까지만을
소각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고 회사의 채무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는 때에는 사정에 따라 그 불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주주의
주식 전부 또는 적어도 3분의2까지는 소각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주식을 전액 무상소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법원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주식의 3분의2를 소각하고 있고,주식을
전액 무상소각한 예도 있는데,과거 명성이나 범양상선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회사정리가 개시되면 51%정도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유원건설의
대주주측에서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할수 있다.

최근 우리 법원은 회사정리절차개시 여부를 엄격하게 심리,판단하고
정리절차수행중 정리회사에 대하여 감독을 철저히 함으로써 회사정리제도가
사주에 대한 특혜로 되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는 망해도 사주는 산다"는 말이 있었으나,이제 회사정리가
받아들여지면 "사주는 망해도 회사는 산다"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