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와 "향후 어떠한 사유가 있더라도 민.형사상 소송
과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후 배상금을 받았더라도 합의당시 예상
할 수 없었던 후유장애가 발생했다면 가해자는 추가배상해줘야한다는 대법원
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뒤 피해자와 가해자측의 법적대리인인 보험
사간에 일상적으로 이뤄져온 이같은 합의의 효력을 피해자측에 유리하게 제한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정귀호 대법관)는 26일 박상권씨(서울 도봉구 도봉동)
등 4명이 이연우씨(서울 성동구 능동)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소상고심에
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추후 배상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뤄지면 더이상의
손해를 청구할수 없다"며 "그러나 합의 당시에 모든 손해를 정확히
예상,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추가 손해가 사회통념상 중대할
때에는 배상청구권이 다시 발생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합의당시에는 증세가 좋아져 큰 통증을 느끼지
못해 약간의 치료만 받으면 완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사고후
10여일만에 성급하게 합의했다"며 "합의대상도 후유장애가 아닌
당시의 간병료 일실수입등에 국한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원고 박씨는 지난 92년 4월 오후 10시경 피고의 운전과실로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던중 다음달 5월1일 피고를 대리한 한국자동차보험사와
1백18만원에 합의했으나 이후 허리와 목등에 심한 후유증이 발생,택시운전을
제대로 못하자 손실이 크다며 소송을 냈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