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제의 연금사... 공인회계사를 일컫는 말이다.

판.검사를 공익의 대변자라고 한다면 공인회계사는 신용의 대변자로
비견된다.

그를 통해 주식회사제도가 성립되며 그가 있어야 투자자 주주 금융기관
들이 안심하고 거래를 열게된다.

직업인으로서도 톱크라스의 자유직업인이며 고시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려 매년 8천여명이 넘는 응시자가 회계사 시험에 몰려든다.

이 공인회계사들이 법정에 끌려가고 기억원대의 돈을 손해배상금으로
물어주고 심지어 옥살이를 하고 있다.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여느 직업분야의 영업사원 못지않게 손발이
닳도록 뛰고 또 로비도 해야한다.

공인회계사 입장에서 볼때 고난의 나날이 시작되고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지뢰가 터질지 몰라 감사보고서에 사인하는 순간이
오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고 경력 8년째인 O회계법인 소속 K공인회계사는
푸념하고있다.

회사사장이 감사인을 맞기위해 정문까지 인사를 나오고 대낮부터
요정으로 모셔지던 시절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다.

권한은 가고 책임만이 남은 형국. 지난달 21일 청운회계법인은 1년이상
이나 끌어온 소송을 마무리하기위해 결국 한장의 합의서에 굴욕적인
서명을 했다.

"손해배상금 2억3천1백만원을 물어주고 소를 취하하는"합의서를
쓰기까지 전모등 2명의 공인회계사는 막급의 후회를 하고 또 했다.

감사보수로 몇천만원을 았지만 부실감사로 인한 배상액은 몇배나
더 컸다.

소송을 걸어온 투자자들의 입장도 백번 옳은 것이었다.

이들은 한국강관에 대한 부실감사를 이유로 이미 지난해초 10개월씩의
직무정지 처분을 정부로부터 받았었다.

직무정지 기간도 지난 연말로 끝났고 소송건도 마무리됐지만 감사인
업무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것은 당분간은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됐다.

일종의 전과자 딱지가 붙은 터여서 아무도 감사업무를 맡겨주지
않는다.

K합동회계 사무소에서 일하던 K모회계사가 소송에 말려든 것은 지난
92년. (주)흥양에 대한 부실감사가 문제돼 민.형사 양쪽에서 소송이
걸려왔다.

민사에서는 7천만원 배상의 비교적 가벼운(?) 판결이 나왔지만 형사
에서는 1년6월의 실형 판결이 나왔고 결국 옥살이를 해야했다.

공인회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는 흥양과 한국통신을
비롯 모두 4건.상장직후 부도가 난 신정제지와 영원통신에 대한 소송은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요즘 S회계법인의 파트너 회계사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있다.

파트너들은 합명회사인 회계법인의 무한책임사원들.그래서 만일의
사태가 나면 무한 연대 책임을 져야한다.

이들은 지난 2월 부도가 난 고려시멘트에 대한 감사인 책임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요구하는 손해배상소송으로 불거져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 제2금융권의 모금융기관이 소송을 준비한다는 풍문이 나돌고도
있어 가슴만 졸이고있다.

고려시멘트에 대한 감사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여금을 집어내지
못한 뼈아픈 실수가 있었지만 감사인의 사인은 이미 잉크색도 바래
돌이킬 수도 없다.

그러나 공인회계사들이 이처럼 엄중한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부실회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책임풍토의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것.

"고통스럽긴 하지만 민간 자율경제가 정착되면서 당연히 거쳐야할 과정"
이라는 이종남공인회계사회 회장의 말도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