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긴급엔고대책이 발표되고 재할인금리가 인하됐는데도 14일 도쿄
주식 외환시장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재할인율 인하가 발표된 직후 한때 84엔대를 회복하는가 싶던 달러는 곧장
83엔대로 밀리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엔고대책에는 시세를 움직일만한 특별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재할인금리 인하는 예상됐던 것이기에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되지 못했다.

수치목표를 정하지 않고 무역흑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정도로는 믿을수
없다는게 주식 채권시장의 첫날 반응이었다.

도쿄증시의 한 딜러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첫날의 반응만으로는 주가와 환율의 향방을 점치기엔 부족하다.

14일부터 시작되는 부활절휴가로 유럽 미국의 외환시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런던 뉴욕 도쿄의 3대 외환시장이 함께 열리는 다음주 화요일의
움직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첫날 도쿄시장의 반응으로 볼때 달러가 급속히 회복되고 엔화
강세가 현저히 누그러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진행중인 미일자동차협상이 환율 향방을 가름할 최대
변수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 무역보복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일본의 요구에 기꺼이 응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으면 엔화에 대해 달러가 다시 떨어질수
있다.

일본정부의 엔고긴급대책에는 자동차 자동차부품 수입확대조치를 취하겠다
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것이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신호인지 분명치 않으나
미국측이 차제에 흑자감축 수치목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설 경우엔 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않을수 있다.

엔고대책이 발표된뒤 주일미국대사관은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면 긴급엔고대책이 장기적으로 도쿄주가를
끌어올리고 엔화 급등을 저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