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의 엔고대책이 어제 드디어 발표됐다.

그 내용에는 재할인금리의 인하,지진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의
조기편성,대규모 공공투자계획의 추진,공공요금의 인하및 엔고이익의
소비자환원,규제완화 5개년계획의 조기시행 등이 망라되어 있다.

이번 엔고대책이 발표된 직후 도쿄 외환시장은 달러당 83.6엔에서
84.02엔으로 약간 오르는등 짙은 관망세를 보였다.

그 이유는 엔고대책의 발표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은 데다
경상수지 흑자의 삭감목표가 포함되지 않아 일본정부의 과감하고
명백한 의지가 의심받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엔고대책이 얼마나 엔고현상을 진정시킬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결코 낙관할수 없는 실정이다.

우선 가속도가 붙은 국제 금융시장의 환투기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강도가 약한 감이 있다.

일본정부는 이번 엔고대책이 시작일 뿐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흑자감축
수치목표의 제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자칫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염려가 있다.

재할인금리의 인하도 효과가 없지 않겠지만 금리인하 전에도 일본의
금리는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이었기 때문에 금리인하의 한계효과(
marginal effect )가 크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일본경제가 몇년전의 거품붕괴로 인한 후유증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에 거액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일본 은행들의
운신의 폭이 좁은 점도 금리인하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끝으로 미국 정부는 일본의 금리인하와 내수확대가 엔고진정및
달러가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얼마나 적극적으로 정책협력에 나설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설사 엔고현상이 진정된다 해도 일본의 시장개방이나 산업구조
조정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엔고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기업과 정부는 어느정도의 엔고지속을 전제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것이다.

우선 우리기업은 일본의 엔화결제확대 요구에 대해 엔고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 일방적인 엔고 부담전가를 막아야 하겠다.

일본기업이 엔고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가격의 상대적인 인하등 엔고부담을 흡수할수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엔화표시 차관의 원리금 부담증가및 엔화결제 수입품의 가격상승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영합리화와 수입대체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끝으로 우리정부는 일본기업의 국내유치및 국산부품의 수입확대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 강화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기업은 생산원가절감을 위해 부품을 수입하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 일본기업의 유치는 핵심기술의 습득,대일 수출시장의 확대
등을 통해 우리산업의 경쟁력강화와 국제수지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대책보다 우리의 대응전략이며 신속하게 행동에
옮겨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