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는 늘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정보의 상당부분은 알고보면 역정보. 그래서 정보맨 수칙
1조도 "역정보에 놀아나지 말라"이다.

두터운 귀를 가질 것,모든 정보는 일단 의심할 것,확실해 보이는
정보일수록 재확인 할 것등이 일급 정보맨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는
얘기다.

자칫 순진하게 말려들다간 정보에 능한자 정보에 넘어진다는 식으로
뒤통수를 터지기 일쑤고 한번 뼈아픈 실패를 당하면 정보맨으로
재기하기는 힘들어진다.

상장업체의 부도가 이어진 지난 92년초 대표적인 역정보로 기록되고
있는 사례의 하나.

어느날 아침 L증권 G과장에게 한통의 긴급정보가 전화선으로 접수됐다.

내용인즉은 "부도위기에 처한 가구업체 B사가 정부측 모인사의 배려로
중앙부처 사무기기를 1년반에 걸쳐 전면교체하는 납품업자로 지정됐다"는
것.

정부측 모인사와의 특별한 관계가 풍문으로 나돌던 터였고 결코 쉽게
부도가 날 회사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던 터였다.

게다가 주가도 이미 충분히(?) 하락해 있었다.

낙폭과대에다 실적호전 기대감이면 주식 매수요건으로는 최고의 조건.

지점으로 연결된 정보망을 열면서도 G과장은 그러나 무언가 께럼칙한
기분을 느끼고 확인 과정에 들어갔다.

평소 친분이 있던 가구공급상과 중앙부처 총무과에 근무하는 선배는
그러나 "아는바 없다"는 답변.그는 역정보라고 판단하고 지점들에
오히려 매도를 추천했다.

주가는 연이틀간 상한가를 기록하며 기세좋게 뻗었고 전국의 지점들에선
어떻게 된거냐는 험악한 전화공세가 빗발쳤다.

참담한 패배가 반전되는데는 불과 사흘. 사흘만에 이회사는 법정관리
신청사실을 발표했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며칠후 자신에게 역정보를 흘렸던 모증권사 동료 정보맨을 찾아가
역정보의 진원을 따지자 그는 휴지가 되버린 B사 주식이 입고된
자신이 계좌를 보여주었다.

어이없이 농락당한 케이스. 같은 시기에 부도가 난 의류업체 N사도
비슷한 경우였다.

자금악화설로 주가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회사측이 보유 부동산을
대거 처분한다"는 풍문이 돌면서 주가는 급반전했다. "확인 결과
부동산은 이미 모두 담보로 잡혀있는 상태였다."고 S증권 K과장은
증언하고 있다.

B사와 N사경우는 그래도 곧바로 확인이 됐다는 점에서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한건의 역정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돌이킬수 없는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점보맨은 드물 것이라며 K과장은 정보분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의적인 역정보도 결코 적지 않다고 정보계통에서는 고참인 D증권사의
K부장은 말하고있다.

컴퓨터 회사인 S사를 괴롭혔던 풍문이 그가 증언하는 사례.

"S사가 사옥을 짓는 땅에 문제가 있다. 용산전자상가에 S사의 컴퓨터가
무더기 반품되고있고 부도는 시간문제라는 정보가 돌았죠."라고 K씨는
당시를 회고했다.

K씨는 그 정보가 컴퓨터 업계에서의 입지구축을 노린 모대기업의
농간이었다고 믿고있다.

지금은 지점장으로 근무하고있는 D증권 Y부장은 80년대 후반에는
안기부의 정치 관련 역정보도 꽤 많았었다고 쓴 웃음을 짓고있다.

Y부장은 "요즘은 기업들간의 지나친 경쟁이 역정보를 양산하고있는
것같다"며 투자자와 정보담당자 모두가 주의할 것을 촉구하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