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판매점에는 최근 몇년전 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코너가
생겼다.

뮤직비디오 판매 코너다.

뮤직비디오는 음악에 맞도록 영상을 곁들인 AV용 매체.

음악을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볼 수 있도록 꾸민
소프트웨어다.

뮤직비디오의 등장은 AV시대가 현실화됐음을 증명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컴퓨터에 스피커를 부착한 멀티미디어PC의 등장에서도 이같은 추세를
엿볼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AV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시장이 본격
형성됐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정중동의 자세를 보이던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소프트웨어사업
강화를 선언하고 제품 개발과 유통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현재 음반시장에 발을 디딘 대기업은 삼성 두산 SKC 대우 현대등이다.

삼성그룹의 선두주자는 제일기획.

지난 92년부터 오렌지란 레이블로 음반을 내놓고 있는 이회사는 팝스타
프린스와 라이선스계약을 하고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나이세스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제작을 지향하면서 음반분야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LG그룹은 아예 그룹차원에서 전담법인를 설립했다.

지난 92년 세워진 LG미디어가 그 회사다.

LG미디어는 CD-I타이틀 노래방용 CD음반 비디오CD타이틀등을 집중적으로
내놓고 있다.

비디오CD를 내세워 AV시장에 뛰어든 현대전자도 뉴미디어팀을 통해
소프트웨어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다.

이 회사는 매달 10여편의 영화타이틀과 노래방용CD음반을 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관련회사인 금강기획이 인기 랩댄스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
비디오를 출시했다.

영상사업을 주력 업종으로 전환키로 선언한 대우도 최근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를 위한 사업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세음미디어를 통해 가요음반시장에 진출해 그룹 "틴틴5"의
음반등을 선보이고 있다.

SKC는 메틀 포스란 레이블로 국내외 메틀음반 30여종을 선보였다.

이밖에 대홍기획과 오리콤등 광고회사들도 지난해부터 각각 "비&비"와
"포엠"이라는 상표로 음반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 회사가 노리는 것은 음반CD시장만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멀티미디어 타이틀 시장이
타깃이다.

하지만 그 전단계로서 현재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음반CD에
주력해 저변을 확대해 놓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물론 대기업들의 이같은 시장참여는 기존 중소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 5대 직배사를 비롯해 타워레코드 버진 메가스토어등 대형 음반유통
회사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이분야에 진출해
국내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다.

AV기기의 보급확대는 소프트웨어산업뿐아니라 주변기기시장 확대도 견인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CD원판시장의 급속한 팽창이다.

국내 최대의 CD원판생산업체인 SKC는 오는 7월부터 월 4,200만개 생산체제
를 가동한다.

이는 현재 생산량보다 약 50%정도가 늘어난 수치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약 50억원정도를 투자했다.

현대전자도 이달부터 월 350만개씩 CD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시장상황에 따라 월산 600만개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웅진미디어 역시 20억원을 들여 현재 월산 360만개인 생산능력을 이달말
부터 월산 900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밖에 LG전자는 CD생산사업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중이며 삼성전자도 월 900만개의 생산규모로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AV소프트웨어 시장에는 아직 확실한 선두주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특출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누구나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도
뜻한다.

전자업체들이 하드웨어 못지않게 AV소프트웨어 분야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도 이같은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