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쌍용그룹회장의 정계진출이 지금 화제가 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자당의 대구시 달성지구당 위원장으로 영입된 것이다.

이 자리는 자민련으로 간 구자춘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중이었다.

김회장은 이제 민자당원이 되었으며 내년 4월11일 제15대 국회의원총선에
출마할것이 확실시 된다.

김회장의 정치입문이 왜 화제가 될까.

또 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그를 영입한 민자당의 처사,표현을
바꿔서는 김영삼 민자당총재의 결정을 별로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것일까.

그것은 우선 그가 보통사람이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그룹 총수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95년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내용에
따르면 쌍용그룹은 자산총액10조9,550억원,연간 매출총액 11조3,990억원의
22개 계열사를 거느린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그룹이다.

그런 그룹의 총수이니만큼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그렇게 한 배경에 의아해 하는 것이다.

배경과 관련한 민자당의 내부사정은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김회장이 아무래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상당히
완강한 고사끝에 요구를 수락한게 분명한데 왜 그랬을까가 궁금하다.

정경분리가 어쩌고 민간주도 민간자율을 아무리 소리높이 외쳐대도
기업이,그것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하고 지켜야 할 거대한 기업집단과
식솔을 거느린 대기업그룹 총수가 정부는 말할것 없고 황차 최고통치자의
의중을 거역할 수는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때문에 만약 그룹보호 차원에서,그룹의 이익과 생존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떨칠수 없게 된다.

만에 하나라도 그게 사실이라면 쌍용그룹자신은 말할것 없고 경제계전체,그
리고 우리의 정치와 국가장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정작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민정부 아니 김대통령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온 정치철학이랄까 소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점이라고 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곧 정경유착과 기업인의 정치참여를 강도높게
비난해왔다.

정치자금을 안받는 것은 물론이고 본원적으로 돈이 안드는 정치로의
개혁을 다짐해왔다.

동시에 기업인은 기업경영에 전념하라면서 특히 한 우물을 팔 것을
요구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장기간의 금융제재도 그래서 단순한 보복차원을
넘는 신념에 찬 자신의 기업관 기업인관의 소산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게 이제 무너졌다.

야당하면 안되고 여당원이면 된다는 논리가 아닌바에야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진 철학과 소신이고 국민이 더는 믿으려 하지 않게
되었다.

잇단 선거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과 영향을 걱정하는 터이지만
결코 기우가 아닌 듯하다.

민자당은 김회장영입의 득실을 좀더 냉정하게 계산하고 당에 앞서
한국경제 그리고 국가를 생각했으면 한다.

특히 표를 쥔 국민이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지를.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