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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북한의 대미접근은 이러한 개편작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과 북한관계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고
있다.

정치적인 형제국의 관계는 유지되고 있으나 경제 산업 등 모든 방면의
순망치한은 날이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확대현상과 관련, 중국을 통한 북한진출을 조명하는데
중-북한관계는 너무도 중요한 변수에 속한다.

중국 동북3성과 북경 등지의 현장취재를 중심으로 최근의 변화및 앞으로의
중-북한관계와 남북경협 전망 등을 살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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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 변화는 그들이 의도하건 하지않건 필연적인 결과다.

북한의 입장에서 가장 큰 접경을 맛대고 있는 곳은 한국과 중국이다.

북한은 중국을 형제국 한국을 적대국이라는 구도아래 모든 정책을 결정해
왔으나 이 구도가 예상외로 빨리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북한간의 변화때문이다.

지난 3월18일 폐막된 전인대에서의 이붕총리 보고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북한 한국의 순서로 관계평가를 하던 관례를 무너뜨리고 종합적으로
한반도의 문제를 건드렸다는 사실은 중국의 향후 철저한 "등거리"외교노선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황병태 주중한국대사)

이러한 일종의 파란은 이미 예견된 것.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미묘한 국가정책노선을 선택하고 있다.

일부 분야에서는 경제우선주의를 철저히 내세우고 있다.

사회전반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우선의 노선도 간간히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인 부패척결등
정화적업에 활용되는 사회주의 슬로건은 더 이상 커다란 경제발전의 흐름을
거슬리긴 어려운 상황이다"(정재관 주중 한국상회 회장 현대중국총괄대표)

동북아질서의 재편 과정은 필연적이다.

북한이나 중국이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일본 한국도 동일한
흐름에 편승해야만 한다.

실타래처럼 서로의 무게가 중첩되게 실려있다.

"핵은 이를테면 이 변화의 그야말로 "핵"에 속한다. 핵심문제였던 원자로
문제를 통해 미국과 북한은 직접 만났고 그속에서 서로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까지 했다"(이선진 주중한국대사관 참사)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미국과의 접근을 희망하는데는 그만큼 중국으로부터
일탈현상을 감수한다는 전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변화는 역시 경제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북한간은 지난 93년이후 정치적 현제주의가 경제적 상호주의로 연결된
이른바 "청산계정"의 무역거래방식이 철저히 자본주의 스타일인 "경화결제"
로 바뀐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2년간 북한기업은 중국기업들에 대해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연길이나 단동을 왕래하는 중국기업인들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과거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북한을 방문했던 교포기업들 사이에서는 심심치않게 중국기업을
욕하는 소리를 듣고온 사람들이 많다.

2년여의 경화결제가 가져다준 파장이다.

중.북한간의 변화와 함께 한국이 개입된 3자간의 관계도 미묘하다.

중국은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이 확대일로에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

그렇다고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는 막무가내의 노선변경이란 고려대상이
아니다.

애매한 중도노선 즉 이것을 등거리 노선으로 부를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남북한관계에서 중국은 일종의 중립국적 역할을 한다. 최근
남북한기업간의 연계는 대부분 북경 또는 중국의 다른 지역을 창구로 하고
있다"(정민길 대우 중국총괄사장)

중국정부도 이러한 추세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활용한 정책들도 구사된다.

이른바 동북3성(흑용강성,길림성,요녕성)이 독립적으로 북한과의 교섭을
진행하기도 한다.

북경에 있는 남북한의 대사관은 어찌보면 싸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기업들은 부지런히 접촉을 희망하지만 제대로된 북한측의 기관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다.

고민발(고려민족산업발전협회)도 폐쇄돼 2년여에 걸친 그들과의 접촉에서
막대한 경비를 지출한 한국기업들은 울상이 되기도 한다.

변화가 심한 북한의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동안 대외활동에 부진했던 북한기업들이 북경에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아직은 김일성사망후 김정일의 주석직, 당총비서직 승계가 늦어져 활발
하다고 볼수는 없으나 지난해말과 비교할때 활동의 범위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활동이 한국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이 구사하는 전략은 미국과의 연계를 통한 일본과의 협력구도 그리고
중국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통한 경제협력유지등으로 볼수 있다.

"한국은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밀려나 있다. 그럼에도 북경은 남북한기업이
만날수 있는 중립지역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양승윤 대한상의 북경
소장)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중.북한간의 변화는 현 시점에서 북한의 입장을 잘 들여다볼수 있는
일종의 키워드 역할을 하고 있다.

<북경=최필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