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과 경총의 이례적인 "산업평화공동선언"은 중앙단위 임금합의
무산이후 팽팽히 맞서온 노사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반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올해는 특히 노.경총,민주노총준비위,정부 등이 제각각 4인4색의
임금인상안을 내놓은 데다 일부 대기업노조들이 턱없이 높은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어 단위사업장 임금교섭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모두가
걱정해온게 사실이다.

이렇게 어려운 때에 책임있는 상급 노사단체가 올해 임금교섭및
노사협력의 방향을 잡아주는 공동선언을 내놓았다는 것은 중앙단위
임금합의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물론 공동선언의 일부 내용과 절차에 석연치 않은 점도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이런 류의 선언이란 것이 형식적이기 쉽고 강제력을 갖는 것도
아니어서 앞으로 얼마만큼 단위사업장 임금교섭에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될지 미지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한 임금교섭지침을 넘어 바람직한 노사의 기본자세를
규정한 이 공동선언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선진화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귀중한 소득인 것만은 분명하다.

7개항의 선언문중 우리는 특히 임금교섭의 조기타결과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완화를 강조한 대목에 주목한다.

선진국의 경우 임금인상률에 대한 노사간 격차가 고작 1~2% 선인데
비해 우리의 경우 아직도 6~8%에 이르고 있다.

이는 외국의 경우 주로 산별노조 단위로 임금교섭을 하지만 우리는
단위 사업장별로 임금합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큰 입장차이로 인해 아직도 매년 단위사업장의 60% 이상이
서로 눈치만 살피다가 6월 이후에야 타결을 보는게 관례처럼 돼오고
있다.

임금교섭이 이렇게 장기화되면 노사분규가 확대되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위주로 노동생산성증가율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공동선언이 무엇보다 임금교섭의 조기타결과 임금격차해소를
강조한 것은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꿰뚫어본 때문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나 이번 선언 역시 단순히 상징적 차원에 머물러서는 별 의미가
없다.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실무공동기구를 구성해 산하조직에 전달할
행동지침이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경총이 내주초 소집할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와
오는4일 열리는 노총 산별 대표자회의를 주목한다.

산하조직 대표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단위사업장 노사의 협력을
끌어낼수 있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