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 공동기획 ]]]

데렉 F 아벨 < IMD 교수 >

최고경영자가 기업조직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처럼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속하게 변호하는 추세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고경영자가 처해있는 환경이 예전과는 딴 판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지도력에 대한 정의도 달라져야할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기업경영이 요구하는 최고경영자의 지도력은 어떤 것이고
경영자는 어떻게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경영''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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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인 경영환경변화, 기술의 발달속도, 업무개선 등을 포함하는 경영
혁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 등이 ''경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인
이다.

지금까지는 최고경영자는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기본목표만 세우고 이 목표에
<>상품 <>개발 <>제조 <>시장조사 <>자금조달 등을 잘 조화시키는데 역점을
두면 만사형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최고경영자들은 두가지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목표를 세워 제조 마케팅 자금조달 등을 효율적으로 조화시켜
나가는 것은 기본이며 동시에 기업 자체를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한다.

IBM이 지난93년 창사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면서
조직을 대폭 뜯어고치기 시작한 것은 현대의 최고경영자들이 어떤 경영을
펼쳐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예이다.

최고경영자들이 기업의 경영목표와 기업자체의 변화라는 두가지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해선 기술발전양상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기술의 변화추이와 발전속도에 대한 통찰력이 없는 경영자는 환경변화를
좇아 조직을 기민하게 이끌수 없다.

물론 기업의 경쟁력도 키울수 없다.

기업경영에서 최고경영자의 기술인지에 대한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개발과 제조공정부문 등에서 기술이 중요시됐다.

기껏해야 첨단산업에서만 기술이 전사적인 전략테마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렇다고 최고경영자가 기술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자신이 직접 기술분야를
꿰뚫어 보지 않아도 무리가 없었다.

기술담당임원의 조언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기술분야가 아니라 재무 마케팅, 심지어 관제부문에서 최고경영자
가 배출되는 것을 흔히 볼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이런 고전적인 최고경영자상에 대해 의심을 품는 사람이 많아
졌다.

기술 그 자체가 상품개발 제조유통의 개념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통의 성공사례를 보더라도 기술이 원가절감과 고객만족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이제 전통적인 산업 구분법을 차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를들어 컴퓨터산업과 전화산업및 오락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같은 예로 식품업과 제약업의 구분이 모호해졌고 은행업과 다른 금융
서비스업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경영개념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기업의 경영전략 수립에서 기술부문이 중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첨단산업에만 한정된 문제가 이젠 산업 전체에 해당되는 핵심
전략대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제조업은 물론 유통 서비스업과 공기업및 정부 행정도 예외가 아니다.

최고경영자의 이같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고 자신의 인식이 공감대
를 형성하도록 조율하는데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통찰력외에도 현대의 최고경영자의 지도력에는 경영환경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할수 있는 능력이 포함돼야 한다.

과거 경영자의 역할은 기업의 기본성장전략에 각 부서의 기능이 일치하는지
와 부서간의 마찰소지가 없는지만 따져 조정해주면 그만이었다.

오늘날의 경영자는 이 정도에 그쳐서는 안된다.

동태적으로 각 부서나 업무의 기능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니 필립스 휴렛팩커드 르노사 등은 ''리엔지니어링''으로 부서나 업무를
통폐합함으로써 제품개발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제품생산에서 고객에게 새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업무시간 단축
이라는 리엔지니어링 개념은 적용된다.

이같은 리엔지니어링은 총체적인 전략수립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같은
기획관리부문에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업무의 유기적인 연결이 기업의 경쟁력제고로 실제 나타나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최고경영자의 지도력 항목에 속한다.

스위스의 기계제조업체인 슐처사는 아예 경쟁력 평가 영역을 4개로 나누어
놓고 있다.

최고경영자는 기술 마케팅 재무 인사 등 4개부문의 경쟁력을 각각 점검
한다.

기업 조직이 복잡해진 점도 최고경영자에게 과거와 다른 지도력을 요구
하고 있다.

과거의 관료적인 지휘관타입의 지도력은 먹혀들지 않게 됐다.

기업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발빠르게 움직일수 있도록 기업조직자체가
복잡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최고경영자가 결정해야될 것이 점점 아래계층의 결정사항으로 이전
되고 있는 방향으로 조직이 바뀌면서 지휘관타입의 최고경영자는 이제 필요
가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상명하달식보다는 중간관리층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스타일의 지도력
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네슬레사의 수석금융담당관인 레토 도메니코니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기업이 탁월한 경영효과를 올리기 위해선 중간이하 관리층이라는 ''미개척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과거의 ''게임룰''에 길들여져
있다. 과거의 게임룰에서는 과거의 지식이 승리의 왕도가 될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게임룰에 기초한 최고경영자의 지도력은 조직의 창의력을
차단할 뿐이다"

이런 과거 경영스타일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는 의사결정권을
하부계층으로 양도하는 지도력이 필요하고 이와 동시에 책임이 무거워진
중간이하 관리층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는데 지도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여기서 최고경영자는 의사결정권 이양과 더불어 중간관리층이 기업의 비전
을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만약 의사결정권이 아래로 내려가는데 반해 중간관리층의 능력이 뒤따라
주지 않는 기업이 있다면 종말을 맞이하기 십상이다.

또한 최고경영자는 의사결정권 이양에 있어서 항상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야
한다.

하부조직으로 권한이 이양되면서 점차 조직이 세분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이같은 조직의 미세분화가 규모의 경제(기업자원의 효율적 배분)달성에
걸림돌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의사결정권이 어느 정도 아래로 이양돼야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지도력평가에서 큰 항목으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기업의 전략적 제휴가 많아진 것도 최고경영자들에게 새로운 지도력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오늘날 다각적으로 전략적제휴를 벌이는 것은 경쟁력제고가 우선
목표이다.

이런 기업들의 행동양식변화에 맞추어 최고경영자의 지도력은 전략적 제휴
라는 연결고리를 따라 제휴선의 기업조직능력도 극대화할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본의 캐논과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사가 복사기분야에서 제휴한 사례는
최고경영자의 지도력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제휴관계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일본과 이탈리아의 문화차이까지 이해하는
경영접근방식이 필요했다.

최고경영자의 지도력은 기업의 ''고객만족''전략에도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

최근 10년간 기업은 고객만족달성을 경영정책의 큰 줄기로 삼아 왔다.

''고객지향'' ''고객중심'' ''고객감동''이라는 등의 표현들이 등장하면서 기업이
단순히 양적성장을 추구하는 시대가 끝났다.

고객만족경영의 중요성을 예시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수 있다.

닛산이 최근 스페인 자회사의 운영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하자 현지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었다.

고객들이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을 앞세운 회사경영진의 정책변경에 우려감을
표명했다는 것이 매출감소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고객들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만든 회사와의 장기적인 ''연대감''을 중시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고경영자는 또 사회문화의 변화를 감안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예를들어 과거에는 환경문제가 공공정책 사항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환경
문제가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회의식이 바뀌고 있다.

이런 사회의식의 변화를 남보다 빨리 파악하고 이 변화에 적합한 기술과
관리인력을 흡수하는데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는 후계자 양성에서도 과거와 다른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후임자에게 새로운 환경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줄 것이 아니라 환경이
바뀌는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옛날과 다른 실험적인 후계자 양성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의 최고경영자는 과거지향적인 지도력을 지양해야 한다.

대신 기업조직의 생존여부가 달려 있다는 위기의식을 담아 기술의 발전
양상을 꿰뚫고 동시에 하부조직으로 의사결정권을 이양하는데 충실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에게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른 문화와 새로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과감하게 중용하는 실험정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