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일대변화를 가져올 전기"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96년 1월부터 시작되는 주가지수 선물거래를 이처럼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동안 준비과정을 거쳐 다음달 3일 시험시장이 개장된다.

본격적인 변화를 위한 시동이 걸린 셈이다.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개설은 "자율화.자유화.선진화"로 요약되는 금융시장
개편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국내 증시가 대외개방의 높은 파고를 헤쳐나기기 위해서는 양적인
성장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94년말 현재 주가지수 선물거래를 도입한 나라는 25개국으로 선물시장
개설은 세계적인 추세.

93년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우리보다 작은 싱가폴 칠레등 12개나라들 조차
선물시장을 열고 있다.

증시개방때 선물거래 도입 압력이 높을 것임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따라서 사전대응 차원에서의 선물시장 개설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증권산업 차원에서도 당위성을 갖는다.

증시개방으로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외에서 외국
회사들과 무한경쟁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선물거래에 대한 선진 투자기법을 익히고 경험을 축적할 필요성도 그만큼
높은 것이다.

국내증시 내부에서도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경제전반에 걸쳐 갖가지 규제책들이 완화되고 시장개방이 추진되면서 주가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

주가지수 선물거래는 주가변동의 위험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로서는 주가지수 선물거래 도입으로 톡톡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행 구조하에서는 주가하락이 예상된다 해도 기관투자가들이 취할만한
마땅한 방안이 없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할 때 대량매도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다.

신축적인 자산운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가지수를 선물거래할 경우 기관투자가들 역시 주가 변동에 따른 불이익을
관리할 수 있어 안정적인 운용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증시 안정화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증권관계자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주가지수 선물거래가 증시기반을 튼실
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가 주식시장의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기관투자가들이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현물시장과 새로 생긴 선물시장간에 지수가 많은 차이가 날
경우 고평가된 현물이나 선물은 매도하고 저평가된 것은 사들이는 차익거래
(Arbitrage Trading)가 이뤄지므로 거래도 활발해 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90년이후 일본 증시가 위축되자 한때 주가지수 선물거래가 주범으로 꼽히는
불명예를 맞보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환경 악화가 주요인이라는 견해가 우세해 졌다.

갖가지 규제조치에 발이 묶여 선물시장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침체
는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물가격은 일정기간후의 예상주가를 현재시점에서 약정한 것.

매매차익을 노리려는 전문투자자들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서 산출된다.

이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주식투자자들이 주가를 예측할 때 유용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나아가
기업이나 정책 결정자들에게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현물지수가 선물지수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어
장래 경제상황을 예상하는 지표로 선물지수가 많이 쓰인다.

선물시장은 또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줄 것으로 보인다.

선물거래의 개시증거금은 계약액의 15%.

투자원금에 대한 손익비율이 크다는 얘기다.

높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고수익을 올리려 할때 적절한 투자수단이
되는 것이다.

투자종목을 선정하기가 쉽지 않은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좋은 투자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물시장에서는 개별종목의 재무구조 경영상태 성장성등을 파악해야 투자
판단이 가능하지만 선물거래에서는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만 예측하면 되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이 주식시장을 온통 장미빛으로 색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주식매매는 돈과 주식을 맞바꾸는 것이지만 선물거래는 향후 예측지수를
매매한다는게 특징.

추상물을 매매하기 때문에 선물거래에 익숙하기 까지는 신기루속을 헤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자아낼 수 있다.

의문부호정도가 아닌 역기능으로 우려되는 점은 몇가지이다.

우선 선물가격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현물시장의 주가가 크게 출렁이며
심한 일교차에 시달릴 것이란 점이다.

이같은 우려는 87년 10월 뉴욕증시의 블랙먼데이 이후 제기됐지만 최근들어
타당성은 희박한 것으로 검증되고 있다.

현물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시장이 2개로 확대되는 만큼 증시에서 움직이는 자금도 늘어날 것인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물시장 개설 초기의 일본에서도 제기됐던 외국투자자들의 국부
유출가능성은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이다.

선진 투자기법으로 중무장한 외국인들이 현물가격과 선물가격의 차이를
이용하는 차익거래에서 외국회사들이 많은 이익을 남길 공산이 높아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