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원화 절상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섞인 지적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

엔고와 달러저로 특징지어지는 최근의 국제통화가치 동요속에 원화는
엔과 달러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엔화에 대해서는 절하,달러화에
는 절상행진을 하고 있는 현실인데 우리의 대외거래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원고행진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걱정이라는 것이다.

이달초에 달러당 787원90전 하던 환율은 24일 고시된 매매기준율이
766원50전으로 내려앉아 이달들어서만 23원40전 2.97%가 절상되었는데
작년 한햇동안의 절상폭이 19원40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빠른 것인지 실감할수 있을 것이다.

엔화에 대한 환율은 이달들어 100엔당 45원21전 5.5%가 상승,곧
절하되었다.

우리에겐 여전히 엔고 폭이 원고 폭보다는 높지만 그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가파른 원화절상을 걱정하는 이유는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대책을 강구할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그 타격은 자금력과 가격조절 능력이 약한 중소 수출업체에
더욱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당국의 환시개입 가능성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760원이 무너질 위험이 보일 경우에는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외환시장에 개입,달러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속도가 문제지만 원화절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거의 모든 은행들이 연말 환율전망치를 하향 수정하고 있으며 대체로
750원,심하게는 730원까지 낮춰 잡는 은행까지 있다고 한다.

따라서 당국으로서는 그간의 불개입원칙을 바꿀 생각을 해봄직 하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개입방침을 들먹일 시기인지,또 개입이 과연
실효성있는 대책이 될수있을 것인지에 관해 우리는 의문을 갖는다.

환율의 등락은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점 외에도 지금은
개입을 운운할 시기가 아니며 설령 개입한대도 심리적 효과이상의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적자속의 원고라지만 최근의 환율변동은 최소한 우리의 무역수지
동향과 일치한다.

대일적자,여타지역 흑자가 바로 그 점이다.

게다가 최근에 와서는 또 수출증가율이 수입을 앞지르는 추세이다.

한편 외환자유화에도 불구하고 집중제 관행에 큰 변동이 없는 현실이며
따라서 개입의 여지도 적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급격한 원고에 각자의 예측능력과 위험회피
기법을 키우고,특히 상품의 경쟁력강화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다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환율조작국"소리를 듣던 우리가 환시개입을
들먹이게 된 현실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