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와 품질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현직대학교수가 유산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하는 끔직한 사건이 발생,
사회에 충격을 주고있는 가운데 품질향상은 효심에서 비롯된다는 기업관을
펼쳐가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한국도자기그룹(회장 김동수)이 바로 그 주인공
이다.

한국도자기 로제화장품등 8개기업으로 구성된 한국도자기그룹 2천여사원들
은 요즘 시험을 준비중인 수험생과 다름없다.

D데이는 5월8일 어버이날.

이날은 그룹의 효도왕을 선발, 발표하는 날이다.

효도심의위원회에서 작성한 "효도성적표"는 인사고과에도 반영된다.

그래서 요즘 효심기르기에 여념이 없는 것.

근무중에나 귀가해서도 어떻게 하면 부모에게 효도 할까를 "공부"중이다.

회사측이 마련한 5천여만원의 상금과 부상을 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패륜범죄가날로 기승을 부리는 세태에서 한국도자기가족만은 효심이 지극한
효자들만이 모인 공동체라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현장 분임장들이 앞장서 "어른들께 인사잘하자" "좋은 가정 꾸미자"등의
전단을 나눠주는등 효도운동이 단지 사측의 경영관을 넘어서 있다.

한국도자기의 효도운동은 사내운동으로 그치지 않는다.

통근버스에 노인들 태워주기운동과 함께 불우한처지의 노인들을 회사에
초청, 공장견학과 점심대접, 그리고 도자기세트등을 선물하고 있다.

올해도 7백여명의 노인들이 각지에서 방문했다.

이회사에 효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25일.

이날 사원들은 월급봉투와 별도로 두툼한 봉투하나를 받았다.

그안에는 현금 20만원과 수안보파크호텔 1박2일숙박권, 편지한통등이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김동수회장.

"부친(고김종호회장)에 대해 효도를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그래서
장학재단을 만들려고도 했으나 여러사람이 혜택을 볼수있는 이 방법이 좋을
것으로 생각을 고쳤읍니다. 여러분이 나대신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합시다"

이런 내용이었다.

사원들은 자신도 못하는 효도를 회사에서 대신해주니 부끄럼을 느낄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조은희한도그룹노사연합회회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회사측이 이런
결심을 하게된 것에 당황도 했지만 사원들과 부모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며 노사연합회도 효도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회장에게 부모들의 감사편지가 답지했다.

효도운동의 성과는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부모와 떨어져살면서 방문은 커녕 전화도 자주 못하던 사원들도 요즘은
전화비를 아끼지 않는다.

효도의 생활화는 결국 애사심을 높여준다.

그만큼 생산현장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정성을 다하게 된다.

김회장은 "기업가들이 산업발전을 위해 허덕이다가 효심을 챙기는 것을
잊고 있었다"며 효심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도자기그룹은 효도대회를 매년 정례화할 방침이다.

<남궁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