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관련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우리나라도 이제 무한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참여하게됐다.

우리는 경제활동에서 적자생존이라 할수있는 WTO체제에서의 무한
경쟁을 이야기할 때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지표만을 생각하여
우리경제,특히 농업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때 고려해야할 경제외적인
요소도 많다.

한반도는 논을 위주로 하는 농경사회로 진화되어 왔기대문에 우리의
환경은 1,000년이상 여름에는 국토의 많은 부분이 물로 덮여진 상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쌀생산이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중요한 생태계를
이루고있는 논의 면적을 줄이게되면 우리나라 생태계에 큰 변화가
올수도 있다.

또 이러한 변화가 경제활동,나아가 민족의 생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물에서 기원하였으며 현재에도 많은 생물종이
물을 근거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물은 중요한 생태계의 한부분을
이룬다.

강이나 바다 언저리의 수심이 얕은 늪지에는 수서 생물뿐 아니라
양서 생물도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생물종의 생태계를 이루고있다.

미국의 경우 늪지에서 서식하는 모기등 해충과 병원성 미생물이
주민의 건강을 해치며 물과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관개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19세기부터 농지로의 전환이 권장되었으나 이러한 개발의
결과 야생 생태계의 파괴가 관찰되었다.

이때문에 지금은 늪지의 개발이 제한되고 있으며 이미 개발된 늪지도
원래 상태로 환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해안의 매립으로 생태계가 변하여 어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생물이 호흡에 이용하는 산소는 대기에서 공급되며 수서 생물이
이용하는 산소는 대기에서 녹아 드는 것이다.

산소가 물에 녹아 드는 속도는 물의 표면적과 비례한다.

따라서 같은 양의 물에 녹아 드는 산소의 양은 수심이 얕을수록
많다.

뿐만 아니라 수심이 얕은 늪지에서는 햇빛의 투과가 용이하여 수생식물의
생장으로 여분의 산소가 공급된다.

따라서 늪지로 유입되는 유기물이 수심이 깊은 호수에서보다 빨리
산화되어 제거되기 때문에 환경정화의 효과도 크다.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상 많은 생물이 휴면상태로 기온이 낮은 겨울을
지나게 된다.

따라서 생물활동이 왕성한 봄부터 물을 담게되는 논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하나의 늪지 생태계를 이룬다.

최근 우리나라 농업에서 식량 자급을 위해 많은 양의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여 논의 생물상이 크게 변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여러
종류의 여름 철새가 논에서 먹이를 얻고있다.

농어촌에서는 생활하수를 적절히 처리하는 시설이 취약하여 많은
양의 하수가 포면수로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하수가 강수의 양이 적은 겨울철에는 하천의 오염정도를
높이는 요인이된다.

반면 여름철에 수질이 좋아지는 이유는 강수에 의한 수량의 증가와
더불어 논의 정화기능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천수가 논을 통해 흐를때 공기와의 접촉면이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유기물의 정화능력이 하천 만을 통할때보다 높아진다.

UR협정에 따라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특히 쌀시장은 완전히 개방된
상태가 아니며,앞으로도 협상을 통해 우리시장의 개방 정도를 결정할
형편에 있다.

따라서 논이 우리나라 생태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쌀을 경작하는 농민에게 생산비 보조 대신 국토를 있는 그대로 보전하기
위한 생태계 유지와 환경보전의 기여도에 따른 보조를 가능케하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협상의 카드로 사용할수 있어야할 것이다.

이러한 협상에서 쌀생산이 생태계와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정도를
정확히 계산할수 있어야만 협상에서 이길수 있다.

이를위해 우리나라 논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를 분석하고 유기물의
분해능력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조사사업을 이웃 일본과 공동연구를 통해 서로의 분석치를
비교분석하면 쌀시장개방협상에서 이용할수 있을 것이다.

또 쌀생산이 환경과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정도를 알수 있을뿐
아니라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농업으로 쌀농사를 발전시킬수 있는
바탕도 마련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