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 사법의 세계화 (하) ]]]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몇가지 사실들, 아직 변호사는 다른 전문직종에
비해 고소득을 누리고 있다는 점, 많은 국민들이 법률사무소의 문턱이
높다고 인식한다는 점, 법률적으로 정해진 수임료외에 여러가지 사례금이
지불되어야 한다는 점, 소송가액이 거의 모두 변호사 비용으로 지불되어
소송당사자 어느 누구도 승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등은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률서비스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법률서비스 공급경쟁체제유도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법률서비스의 공급경쟁체제유도를 위한 제반여건이 잘
형성되어 있다.

"이도령"을 꿈꾸는 수많은 신림동 "처사"도 있고 대학에서 법률을 오랫동안
가르친 법학자도 있다.

최근에는 국제변호사자격을 갖춘 인력도 많이 공급되고 있으며 쉽게 국제
변호사자격을 취득할수 있는 인접분야를 전공한 고급인력도 많이 공급되어
저임에 만족하고 있다.

기존의 법률가 양성방법으로는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전문분야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수 없다는 한계가 명백해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제공되는 법률서비스가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를 원하고 무자격 법률가의 양산을 방지하며
소송만능주의의 사회를 걱정한다는 기존 법조계의 진입장벽논리는 기존
법조인의 우리사회를 걱정하는 목소리로 들리기에는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들이 설득력을 갖기에는 법조인의 과거행적에 반성해야할 점이 많고
법률서비스에 대해 기대를 걸었던 소비자는 일부이긴 하나 변호사란
"허가낸 도둑"의 탐욕에 치를 떨어야 했으며 사회정의를 빙자한 사익추구에
식상했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사회에서 고객에게 반말을 지껄일수 있는 사람은 의사와 판.검사
였다.

고상하신 의사선생님의 반말은 최근 민간병원의 화끈한 서비스에 감명받은
환자가 "다시 한번 아파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함으로써 아양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법의 세계화 또한 법조인의 훌륭한 변론과 교화의 말씀, 죄는 미워하되
인간을 미워하지 않는 훌륭한 인격, 양질의 법률서비스에 감명받은 법률
서비스 소비자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법정에 서고 싶다"는 말이 나올때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법조계란 철옹성의 진입장벽이 제거되어 법률가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경제주체로서 경쟁을 통해 훌륭한 상품을 공급하려고 할때
해결될수 있는 문제이다.

법률서비스 공급체제에 있어서 경쟁원리의 도입없이는 우리사회는
"이도령"의 모습을 가진 "변학도"의 법조계, "금주미주는 천인혈이요"조차
읍조릴수 없는 무지한 "이도령"의 법조계에 만족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