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인은 본시 총명한 계집아이라 요즈음 들어 남녀관계의 일들에
관하여 차츰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었다.

신체적으로도 변화가 일어나 젖가슴이 봉긋이 솟는가 싶더니 옥문
근처에 음모가 자라나고 초경을 치르게도 되었다.

다른 시녀들도 나이에 비해 성적인 호기심들이 많아 모이기만 하면
남녀가 어떻게 교접을 하고 그 느낌이 어떻고 하며 수다를 떨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런 욕망과 호기심을 채울 길이 없는 시녀들은 어디서 배웠
는지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위행위를 하곤 하였다.

복숭아나무를 남성의 옥경모양으로 깎아 그것을 옥문에 삽입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서로의 몸을 애무해주는 동성애적인 방법을 통하여
성적인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적도 있었고 실제로 동성애에 깊이 빠진
여자들도 있었다.

자고로 중국에서는 여자의 음기의 양이 무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동성애를 통하여 그 음기를 어느 정도 해소하도록 허락해온 편이었다.

그것은 남성들이 여자의 음기를 다 감당하려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었기 때문에 하나의 자구책으로 그랬을 지도 몰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습인도 종종 손으로 또는 기구를 사용하여 자위
행위를 해보면서 남자의 몸을 그리워하곤 하였다.

그러면 자신의 옥문에 음액이 흥건히 고여들었는데 남자가 쏟아낸다
는 그 정액이라는 것은 또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정액에도 기운이 넘치는 활달한 원정이 있고 기운을 잃은 맥없는
백정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 보옥 도련님이 허벅지에 쏟아놓은 것은 원정일까,
백정일까.

습인은 허겁지겁 보옥의 옷을 대강 입혀주고 나서 보옥을 모시고
사부인 있는데로 가 저녁식사 시중을 들었다.

보옥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허벅지께에 신경이 쓰여 상의의
옷자락을 늘어뜨려 가리곤 하였다.

다시 보옥이 진씨 방으로 돌아와 잠을 잘 준비를 하였다.

습인은 시녀들과 유모가 물러갈때 자기도 물러가는 척했다가 물래
보옥에게로 도로 왔다.

"옷을 갈아입으세요"

습인이 속바지를 새것으로 가져와 보옥에게 건네었다.

보옥은 습인이 자기의 비밀을 알게된 것에 대해 여전히 부끄러워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난 너만 믿는다. 아무한테도 내가 허벅지를 적셨다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알았지?"

습인은 묘한 미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염려마세요. 입을 꼭 봉할 테니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