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88엔대로 떨어져 금융위기가 고조되자 일본정부는 8일 긴급경제각료
회의를 열어 대책을 협의했으며 그동안 달러 하락을 방관해 오던 미국과
독일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급박해짐에 따라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 8일 긴급각료회의가 끝난뒤 일본 각료들은 논의된 대책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엔화 급등을 저지하기 위해선 고금리보다는
저금리가 낫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힘으로써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는 엔고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국의 일방적인 조치만으로는 외환시장의 동요를 막기 어렵다면서
선진7개국(G7)이 지속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총리는 현재 1.75%인 재할인율을 인하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고유영역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하시모토 류타로 통산상은 일본이 금리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해 선진국들에 금리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일본 금융가에서는 상업은행들이 우대금리를 4.5%로 0.4% 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사회개발정상회담을 긴급외환
회담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이에 대해 정부대변인인 이가라시 고조 관방장관은 지금으로서는 그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고무라 마사히코 경제기획청장관은 G7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회담에 관해 들은 바 없으며 금융정책을 논의할 비공식적인 국제
회의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산업계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경단연등 4개 경제단체 대표들은 8일 저녁 무라야마총리와 경제장관들을
만나 엔고를 막아달라고 강력히 건의했다.

<>.미국 = 미국에서도 달러 급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회는 조만간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을 불러 달러 폭락의 기폭제
가 된 그린스펀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에 관해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댈러스 연방은행의 로버트 매티어 총재는 7일 외환시장이 그린스펀의
발언에 대해 과잉반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환율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로런스 서머스 재무차관은 7일 클린턴
정부는 "달러 강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지난해에도 수차례 이같은 발언을 했으나
올들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진실로 달러 강세를 원하는지, 달러 폭락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서머스차관의 발언이 진정이라면 미국은 달러 급락을 막자는 일본의 요청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의미없는 발언에 불과하다면 투기꾼들은 미국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시험하려 들게 분명하다.

<>.독일 = 귄터 렉스도르트 독일 경제장관은 7일 마르크 급등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최근의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 독일
수출상품의 40% 이상이 마르크화에 대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국가들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독일 고위관리가 마르크 강세(달러 약세)에 따른 문제를 거론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렉스도르트장관의 발언은 힘을 얻고 있다.

(도쿄.뉴욕.브뤼셀=이봉후.박영배.김영규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