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이봉후특파원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급등
현상이 계속되자 일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엔고사태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위해 해외
생산품비중을 높이고 수출의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엔화로 변경하는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대응책을 살펴본다.

<>전기=전기업계에서는 엔고에 대응, 해외생산 강화와 제품가격인상등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NEC는 현지화율(해외매출중 해외생산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난해 50%에서
올해는 60%까지 올리기로 했다.

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해외생산설비의 증강과 효율화도 추진, 체질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00년까지 원자재 해외조달비율을 현재의 2배수준인 2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추진중인 미쓰비시전기는 이를 당초일정보다 앞당겨 실시할
방침이다.

오키전기공업도 엔화가 현재와 같은 폭등현상이 계속될경우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전자부품회사들사이에서도 해외수출의 거래형태를 재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TDK는 엔고에 따른 환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출거래의 엔화결제비율을
93년 40%에서 올해에는 80%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무라다제작소는 해외판매자회사를 통해 해외구매업체와 환변동에 따른
가격조정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자동차업계에서는 현재 엔고수준이 "기업 자체노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시장개입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엔화가 1엔씩 절상될때마다 도요타는 1백억엔, 혼다는 60억엔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엔고가 현행수준을 유지할 경우 채산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계=조선업계는 엔고에 따른 비용상승압력을 줄이기 위해 원자재의
해외조달비율을 대폭 늘리고 선박수선사업을 해외로 이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해 12%선이었던 원자재 해외조달비율을 올해에는
15%선으로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50%선까지 높일 계획이다.

가와사키중공업과 스미토모중기계공업은 올해 해외조달비율을 지난해보다
각각 5%포인트 늘려 15%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시카와지마 하리마 중공업도 지난해 4백억엔으로 7%선이었던 해외조달
비율을 올해에는 선박용기기와 엔진등의 부품구입량을 확대, 6백억엔규모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밖에 히타치조선, 미쓰이조선, NKK등도 강재를 제외한 원자재 해외조달
비율을 올해 20%선으로 늘리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
이다.

그러나 달러환산 인건비는 한국이 일본의 60%선에 불과한데다 계속되는
엔고현상으로 이같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총원가에서 차지하는 설계비 비율이 3~4%밖에 되지 않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7%에 달해 일본기업의 경쟁력 저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원가절감노력도 한계에 부딪치고 있으며 환율이 달러당
90엔을 돌파하면 업계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지니어링업계도 플랜트건설 자재의 해외조달비율을 70~90%로 높이고
중요도가 낮은 상세설계는 해외로 이관하는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또 국내공사의자재 해외조달비율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무역상사=무역상사는 수출.입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이번 엔고사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철강등 수출중심의 영업부문에서는 타격을 받고 있다.

한 무역상사의 철강담당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철강의 품귀현상이 계속
되고 있어 20%정도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태"라며 "엔고행진이 지금의
추세대로 계속된다면 가격인상조치도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무역상사는 수출부문에서 <>결제를 달러에서 엔으로 바꾸고 <>환차손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고 제조업체측에 떠넘기고 <>환예약을 하는등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식품=식품업계는 기본적으로 수출에 비해 원료수입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엔고가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원료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맥주업계.

기린맥주는 "달러당 1백엔"을 기준으로 올 사업계획을 세웠으나 엔화상승이
거듭됨에 따라 총3~4억엔정도의 원가가 절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당 1백4엔"을 기준으로 한 아사히맥주도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3억엔전후의 원가절감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달러당 1백엔"기준으로 올 사업계획을 세운 조미료업계는 현재
수출이 수입을 1억5천만달러 상회하고 있어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