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옥이 진씨의 방을 보고 흡족해 하자 유모도 어쩔 수가 없었다.

유모는 보옥의 자리를 봐주고는 습인, 미인, 청문, 사월네 시녀
들만 남겨두고 물러나왔다.

진씨는 보옥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주변이 조용하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보옥은 꿈속에서 경환 선녀로부터 계속 운우지사의 비책을
배우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모여들면 비를 뿌리듯이 남자의 기운도 중심에 모여
들었다가 물로 쏟아놓게 되지요. 그 물을 정액이라고 하지요"

"나는 정액을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쏟은 적이 없는 걸요. 나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보옥도 이제는 차츰 호기심이 생겨 운우지락이 어떤지 맛보고 싶은
심정이 되어갔다.

천하고금을 통하여 제일 음란하다는 그 치정의 성품이 서서히 깨어
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럼요.

당신만한 나이에도 그런 경험을 할수 있지요.

오늘 밤 첫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그 첫경험을 통하여 당신은 신비하고 새로운 열락의 세계로 들어갈
거예요.

다시 여기를 보세요.

여기가 당신이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셈이죠"

경환 선녀가 벽사 너머로 비치고 있는 가경의 사타구니 부분을 가리
키며 그 입구로 들어서기 위하여 어떤 준비들이 필요한가를 설명해
나갔다.

보옥으로서는 모든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남녀가 교접을 시작할 때 남자는 여자의 왼쪽에, 여자는 남자의
오른쪽에 앉지요.

그 다음, 남자는 무릎을 끓고 여자를 무릎위에 앉히지요.

그리고 여자의 허리를 쓰다듬고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며 진한
사랑의 밀어를 속삭여 주어야 하지요.

그것은 무엇보다 우선 마음이 하나로 되기 위해서지요.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대로 여자의 성감대가 모여 있는 곳들을 중심
으로 애무해나가면 여자도 자연히 남자의 몸을 애무하게 되지요.

이렇게 서로를 애무함으로써 숨어 있던 천가지 매력이 드러나고
백가지 근심들이 사라지게 되지요.

이쯤되면 여자는 왼손으로 남자의 옥경을 쓰다듬고 남자는 오른손
으로 여자의 옥문을 어루만지지요.

남자가 여자의 음기에 감응되면 옥경은 꿈틀꿈틀 진동을 하며 가파
르게 위로 불쑥 솟구치게 되지요.

그 장엄한 모습은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먼 은하수에 가 닿은 듯
하지요.

여자가 남자의 양기에 감응되면 은밀한 붉은 구멍에서 진액이 촉촉
하게 번져나와 아래로 흐르게 되지요.

그것은 마치 심산유곡의 깊은 샘에서 물이 보일듯 말듯 솟는 것과
같지요.

이렇게 되면 남녀의 교접이 가능한 지점에 이른 것이지요"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