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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세계화''의 기본이념으로
유학의 중심덕목인 명덕을 활용하자는 주장을 담은 저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서의 하나인 ''대학''을 불교적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한 ''대도직지''
(통화총서간행회간)가 그것.

이책은 각성스님(부산화엄사주지)이 기존의 ''대학직지''와 ''대학문''을
유/불/선 삼교의 회통이라는 관점에서 풀어쓴 것이다.

저자인 각성스님과 고려대 한승조교수(비교정치학)가 만나 세계화와
명덕의 접목및 실천방안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대담내용을 정리한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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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교수 =먼저 "대도직지"를 펴내게 된 동기와 배경을 말씀해주시죠.

<> 각성 =세계 곳곳에서 서구 물질문명의 폐해와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자본과 재화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이윤추구에 집착한 나머지
정신문화는 뒷전입니다.

우리가 입으로는 황금만능주의를 개탄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물질에
의해 좌우되고 있지 않습니까.

사회주의 쇠퇴 이후 남은 것은 그야말로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질서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정신세계의 위기로 직결됩니다.

핵무기와 폭력,무분별한 섹스의 위험으로부터 현대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본연의 마음,즉 명덕을 되찾고 밝혀야 합니다.

도덕성을 회복하고 마음을 바로세우기 위한 "깨닫기운동"에 나서야한다는
뜻에서 "대도직지"를 강의하게 됐고 이것을 책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한교수 ="대도직지"를 보면 "대학"을 유.불.선 삼교의 회통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쓰고 있습니다.

원래 대학의 내용은 삼강령(명명덕 신민 지어지선)과 팔조목(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으로 이중 3강령은 교육의 목적에
해당하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실천방법이 8조목이지요.

진리는 결국 하나라고 볼 때 유.불.선 뿐만아니라 서양의 기독교사상등도
함께 음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각성 =사실 그런 구분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동서양
을 막론하고 인간에겐 만물의 영장에 값하는 본래의 힘이 있습니다.

그것은 종교 이전의 것이죠.예로부터 본성인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평범한 인간이고 그것을 깨달은 사람을 성인이라 했습니다.
중요한건 이 힘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있습니다.

<> 한교수 =보편적 진리의 세계화와 같은 개념이군요.

<> 각성 =그렇습니다. 인간이 본래 가진 명덕을 밝게 해서 널리
펼치자는 것인데 일차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도의 가르침을 통해
하나가 되자는 것이고 나아가 이로써 전세계를 밝히자는 것이지요.

우리가 무수한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버텨온 것은
국민대중의 정신적인 힘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명끝에 유난히 도자가 많고 먹는 것에도 다도 주도를
붙이고 운동 또한 태권도등으로 "도"라는 이름 사용하길 좋아합니다.

"마음의 도"가 생활화돼 있는 민족이기 때문이겠지요.

이것을 정리된 철학으로 확립해서 태권도종주국이라는 얘기뿐만 아니라
대도종주국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는 요즘 선진국을 능가하려면 이 정신적인
요소가 앞서야 합니다.

그들이 앞선 물질적인 것을 뒤쫓아서는 경쟁이 안됩니다.

<> 한교수 =인간본연의 명덕을 밝히고 "깨닫기운동"을 통해 세계화를
이끌어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일반대중을 이에 동참시키는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신민이나 친민의 개념에서 볼때 원론보다 방법론이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 각성 =우선 나부터 자아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마음은 누군가 다른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스스로
다스려야 합니다.

하지만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선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지요.

산문밖의 일이라 적절한 대안이 될지 조심스럽습니다만 역시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정신혁명"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정부도 도덕성회복이나 의식개혁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언론의 역할은 더 중요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요란스럽게 떠들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냄비반응에 그치기 일쑤입니다.

언론은 그 엄청난 영향력을 명덕을 밝히는 일에 써야지요.

서점에 가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들이 맨앞쪽에 진열돼 있으니
청소년들이 아무 생각없이 그것들에 먼저 손이 가는 것입니다.

<> 한교수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문제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다릅니다.

앞에서 지적하셨듯이 우리사회가 아직은 물질만능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나쁜책이 더 잘 팔리고 선정적인
요소가 사람들 눈을 먼저 끄는 것이 현실이죠.사업하는 사람에게 돈벌이
말고 다른 것에 더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할 수 없으니 답답하죠. 정책
입안자나 행정관청에 기대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그래서 제가 "도덕성회복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한국교육자모임"이란
조직을 만들어서 뭔가 실천적인 일을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것도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습니다.

냉정하게 본다면 현실은 대단히 절망적입니다.

"대도직지"에는 "대학"을 불교적 사고방법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내용이 잘 반영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일반인들이 읽고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변하게 해서 돈벌이 승진 출세에만 집착하지
않고 덕성스런 인간이 되도록 하는 실천덕목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입니다.

<> 각성 =도가 세상을 밝히기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닭이 자라야 알을 낳는 이치와 마찬가지죠.사실 대도를 인류에게 알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있는 것을 새롭게 인식시킨다는 것은 안보이던 것을 보이게 하는
일보다 힘들지요. 그러나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콜롬부스의 신대륙도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지요.

지금은 여명기로서 우리가 먼저 길을 닦아야 합니다.

우선 대도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계 속... >>

< 정리=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