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의 핵심 정보기록매체로 예상되는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의 규격을
둘러싼 도시바측과 소니.필립스진영간의 줄다리기는 도시바쪽으로 승부가
기우는 양상이다.

이 제품은 영화같은 영상정보를 기록하는 매체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슷한 포맷으로 제작되는 오디오CD는 물론 LP 비디오
테이프등을 대체할 것이 확실시되는 유망 상품이다.

오는 2000년대초가 되면 이의 시장규모는 지금의 오디오CD 관련시장과
맞먹는 정도인 연간 300억달러에 달하고 다시 몇년뒤에는 1,000억달러이상
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말 일소니와 네덜란드 필립스가 비디오CD에 대한 독자 표준규격을
발표하면서 표면화된 이싸움은 개전 2개월여만에 도시바진영의 본격적인
반격으로 소니측이 맥없이 주저앉은 인상이다.

도시바측은 소니측의 기습적인 표준규격안 발표로 허를 찔리자 같은날
서둘러 자사규격안을 발표했다.

더욱이 도시바측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자제품 메이커인 일본
마쓰시타를 비롯 히타치 파이오니어 톰슨컴퓨터일렉트로닉스등 전자업체들과
MCA MGM.UA등 미국 할리우드영화계의 큰손들과 제휴, 역공의 강도를 높였다.

도시바.타임워너측이 제시한 표준안은 소니안보다 정보저장량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더 나아보인다.

두진영의 표준안은 정보검색때 오디오CD보다 파장이 짧은 레이저를 쓴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는 파장이 긴 레이저를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읽어내는 정보의 해상도를 높일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저장량이나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적인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니규격은 디스크 한면을 쓰고 여기에 7.4기가바이트까지의 정보를 저장
하는 방식이다.

또 일단 기록한 디스크면에 또다시 같은 분량의 정보를 덧씌워 기록하고
이를 읽어낼수 있어 영화의 영상을 270분까지 담아낼수 있다고 소니측은
설명하고 있다.

반면 도시바측의 표준안은 디스크 양면에 모두 10기가바이트를 저장할수
있는 규격이다.

이방식은 한면에 140분가량의 영화화면을 담을 수 있고 별도의 사운드트랙
과 여러개의 언어로 기록할수 있는 공간이 있어 소니측 규격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비디오CD를 둘러싼 싸움의 실체는 다가오는 멀티미디어시대의 주도권을
겨냥한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간의 각축전이기도 하다.

도시바.타임워너의 경우는 일찌감치 할리우드를 염두에 두고 표준안마련
과정에서 영화사들의 조언을 구했다.

반면 소니진영은 비디오CD를 단순히 오디오CD등을 대체하는 정보집적도가
높은 매체로만 파악, 컴퓨터업체들을 위주로한 표준화전략을 폈다.

더욱이 도시바측은 타임워너를 통해 MCA영화사를 설득시키고 MCA모회사인
일마쓰시타를 자사진영으로 끌어들였다.

결국 비디오CD의 표준안 싸움도 지난 70년대 VTR분야에서처럼 소니측의
패색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