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한국시사문제연구소 소장>

한국군은 현재 개혁과 변화와는 거리가 먼 조락의 위기를 맞아 방황하고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군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며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세계화의 대세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군의 세계화는 한국군이 처한 오늘의 정체성 위기에서 속히 벗어나
한국군의 한국화를 지향한 자주국방의 조기실현을 전제로 국력과 국제
안보환경에 걸맞는 적정규모의 군사력과 이를 뒷받침할 자원배분,그리고
한반도에 적응가능한 전략과 전력구조를 형성.유지하기 위한 공유가치
설정을 요구한다.

세계화는 국가최고 우선정책인 군사전략의 확립을 선행조건으로
한다.

국방부가 발행한 95년도 국방백서를 보면 국가안보정책으로서 국방
목표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고,평화통일을
뒷받침하며,지역의 안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

그런데 우리의 국가안보목표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만을 객체로
보고 있어 내부의 비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의 목표를 국가보위 평화통일 지역안전과 세계
평화로 확대접근하고 있으나 선생존(전쟁억제및 평화정착) 후번영
(선진화및 남북통일과 지역.세계 평화기여)의 명확한 우선순위가
설정돼 있지 않다.

이로인해 우리의 현실적 안보불감증과 환상적 통일논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이와같은 지극히 애매모호한 현행 군사전략개념 하에 11조원이
넘는 방대한 예산과 65만5,000명의 인력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군의 전력증강과 관리운용실상은 수구적이고 변화
저항적인 군의 속성으로 말미암아 파행적으로 굴절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방당국은 올해 국방 5대개혁과제로 국방태세의 전면적 개혁,미래지향적
국방정책,국방업무의 투명성 보장,병무행정의 지속적 개혁,정부의
생활개혁 10대 과제 적극동참을 내세우고 있으나 지나치게 막연하고
추상적인 말장난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고쳐나가겠다는
확고한 문제의식과 처방.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한국군의 자주국방을 전제로 한 국제화 세계화를 지향한 시급한
개혁방향을 다음과 같은 4가지로 집약제시한다.

첫째 현실적인 안보정책과 군사전략을 세워야 한다.

피아의 능력과 의지 그리고 취약성을 적실성있게 재평가하여 위협의
강도와 성격에 맞는 대응정책.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성과
효율성을 충족하는 자원배분으로 군사력의 질과 양을 적정화함으로써
전략과 전력의 조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둘째 건전한 국방조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제한된 자원의 비용.효과 극대화를 위해서 유사.중복기능 부대.기관
(정보3부대,3군별 사관학교등)의 통폐합과 파행적으로 비대해진 비전술
작전부대의 경량화및 소수정예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제 한국군은 조직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 뿐만아니라 대북실전전력
우위를 지향하여 병력보다는 무기체계와 장비위주로,지상전력보다는
해.공군 전력중심으로 조직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방조직의 규범가치인 문민통제와 군사적 적합성
그리고 관리의 효율성을 전제로 한다.

셋째 합리적인 인력관리를 해야한다.

무엇보다도 극심한 인플레로 희소가치가 상실된 450여명이나 되는
장성정원을 선진국의 경우처럼 병력 1만명당 5명꼴인 325명선으로
대폭 축소조정하고 전병력의 83%가 넘는 지상군 비율을 단계적으로
50%이하로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남북한 상호신뢰조성이 이루어질때 북한과 군사력의 동결내지
감축등 단계적 군축을 지향한 협상을 벌여나가야 한다.

북한과의 대칭적인 확대균형을 전제로 한 다보유자 선감축을 고집하는
당국의 군축전략은 비대칭적 축소균형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북한이 요구하는 실현불가능한 10만명선이 아니라 평화시
적정군사력규모인 인구의 1%(45만수준)로 군사력의 상한선을 적정화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방자원 배분및 사용을 효율화 해야한다.

국가자원의 유한성을 전제로 GNP대비 3.5%,정부재정대비 23.3%인 현행
국방예산 점유율을 3%와 20%수준으로 각각 하향조정해야 한다.

다만 전력증강비를 30%에서 40%로 상향조정함으로써 대북한 실전전력
균형 내지 우위를 조기에 달성토록 해야 한다.

이는 과도하게 비대해진 군조직의 불건전성에서 오는 자원낭비와
중복을 없애고 관리유지비의 합리화로 가능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