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빗 로빅은 78년 "자기 모습 그대로"라는
소설을 써서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백만장자인 주인공은 자신과 똑같이 닮은 아들을 갖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100만달러를 투자해 다윈이라는 생물학자에게 아들의 제조를
맡겼다.

다윈은 그 실업가의 세포핵을 젊은 여자의 난자핵 자리에다 심은뒤
이 난자를 인공수정 한다.

이렇게해서 변형된 수정란은 자연수정된 것과는 달리 남자의 유전형질만
갖게된다.

이 수정란은 젊은 여자의 자궁에 넣어 닮은꼴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로빅의 이 소설은 미국의 한 생물학자의 실험에 기초를 두고있어
실제로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당시의 평이었지만 풀리지 않는 미해결의
장이 있는지,윤리적인 문제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뒤로 복제인간이
나왔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

물론 개구리 생쥐등의 복제동물을 만드는 것이나 식물의 복제는
오래전부터 행해진 일이다.

지난 62년 생명과 유전을 담당하는DNA의 분자구조가 왓슨과 크릭에
의해 발견된 이래 유전공학은 급속한 발전을 거듭했다.

생물학자들은 유전자의 재조합 클로닝 증폭기술등을 개발해 유전자
연구가간에게 유용하게 쓰이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인슐린을 만들어 당뇨병치료에 썼고 유전지문을 발견해 범인수사에
활용토록 했다.

또 새로운 종의 토마토와 쥐를 만들어 특허까지 냈으며 난치병의
유전자를 찾아내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다.

유전자의 복제기술은 이미 고도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1세기전에 사라진 "퀴가"라는 동물이 독일의 한 박물관에만 있었는데
이 동물의 마른 피부조각으로 유전자를 복원시켜 그 모습을 재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시베리아 빙하속에 있는 맘모스의 세포핵을 코끼리 수정란의 핵속에
넣으면 살아있는 맘모스를 생산할수도 있다고 학자들이 장담할 정도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핵이시기법을 이용한 "복제젖소"가
탄생했다.

우유생산량은 보통젓소의 3배, 번식력은 4배나 된다니 그야말로
"수퍼젖소"다.

복제젖소들이 탈없이 보급돼 침체해 있는 축산농가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면 그것은 유전공학의 승리임에 틀림없다.

생명을 기계처럼 토닥토닥 찍어낸다면 표현이 좀 지나칠지 모르지만
과학의 위력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소에서 인간까지의 거리는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2일자).